북한의 핵실험으로 노무현 대통령이 대북(對北) 정책 방향 선회를 천명한 가운데 정부가 대북 지원 예산 규모에 대한 타당성 검토 작업에 착수했다.
정부 안팎에서는 격앙된 국민 정서 등을 고려해 쌀 비료 등의 ‘인도적 지원’을 당분간 취소하거나 규모를 축소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또 야당은 올해 정기국회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대북 지원 예산을 대폭 삭감한다는 방침을 밝혔고 일부 지방자치단체도 대북 지원을 잠정 중단했다.
○ “당초 계획한 대북지원 유지 어렵다”
기획예산처의 한 고위 관계자는 10일 “(대북 예산 재조정에 대한) 구체적인 방침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수준과 대통령의 결심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 핵실험 전에 만든 대북 예산 프로그램을 그대로 유지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또 다른 정부 당국자도 “여러 시나리오에 대비해 실무 차원에서 (대북 예산에 대한) 검토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당초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 중 ‘통일 분야’에 올해(1조3756억 원)보다 3000여억 원 줄어든 1조716억 원을 편성했다. 하지만 이는 경수로사업 종료로 남북협력기금 사업이 2041억 원 줄어든 데 따른 것으로 쌀(50만 t), 비료(35만 t) 등 대북 지원 사업 규모는 올해 수준을 유지한다는 방침이었다.
북한의 핵실험에 따른 여파는 2008년 이후 예산 조정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정부가 북한 핵실험 이전인 올해 초 확정한 ‘2006∼2010년 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대북 예산은 2010년까지 매년 평균 28.6%씩 늘어난다. 그러나 북한의 핵실험 강행 후 국내 여론을 감안할 때 정부가 당초 계획대로 추진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 야당 “예산 삭감”, 지자체 지원중단
대북 지원에 대한 야당의 반응은 단호하다.
이날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 심의 때 무분별한 대북 지원 예산을 가려내 대폭 삭감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형오 원내대표도 “핵실험 이후에도 일각에서는 개성공단사업 등이 계속돼야 한다고 하는데 현찰이 오가는 이 사업은 전면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자체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서울시는 이날부터 173억7000만 원 규모의 자체 남북협력기금 집행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전북도도 11일 북한에 보낼 예정이었던 축사 건설자재의 선적을 취소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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