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I 정식 참여해야” vs “남북 무력충돌 우려”

  • 입력 2006년 10월 16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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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내 찬반 이견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이 19일 한국을 방문해 한국의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정식 참여를 강하게 요구할 방침이어서 이 문제를 둘러싸고 한미 간 갈등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다. 정부 내에서도 PSI 정식 참여 여부를 놓고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한국은 PSI 8개 참여 항목 가운데 참관단 파견, 브리핑 청취 등 5개 항목에만 참여하고 있으나 선박과 항공기 직접 나포 및 수색, 역내 차단 훈련 때 물적 지원, 역외 차단 훈련 때 물적 지원 등 핵심 내용에는 참여하지 않고 있다.

▽정부 내 이견=이종석 통일부 장관은 12일 국회 긴급 현안 질의에서 PSI 정식 참여 여부에 대해 “기존 방침은 불참인데 미국이 요구해 온 적이 없어 아직까지 검토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또 외교부의 한 당국자는 15일 브리핑에서 “안보리 결의문과 PSI 정식 참여는 직접 연관이 없다고 본다”며 남북 간엔 이미 남북 해운합의서에 따라 PSI 정식 참여에 준하는 조치가 취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해운합의서 이행과 준수를 위한 부속합의서 2조 6항은 남측과 북측의 선박이 상대 해역을 항행할 때 ‘군사활동, 무기 또는 부품의 수송, 조사 또는 촬영, 통신체계의 방해 또는 시설물 훼손’ 등을 못하게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굳이 남북 간 무력 충돌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PSI 정식 참여를 할 필요가 없다는 게 통일부와 외교부 일부 당국자의 판단이다.

그러나 외교부와 국방부 내에선 이와 정반대의 의견도 많다.

정부 관계자는 “PSI 활동은 원칙적으로 PSI 참여국이 각자 영해 내에서만 할 수 있기 때문에 봉쇄 정책과는 거리가 멀다”며 “사실상 PSI 정식 참여를 한 것과 같은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무력충돌 등 갈등이 전혀 빚어지지 않고 있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이 주도하는 PSI에 계속 불참할 경우 미국의 신뢰를 잃게 되고 북한이 그로 인해 발생하는 한미 균열의 틈을 파고들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PSI에 정식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 한-미 北제재 이견

▽한미갈등=숀 매코맥 국무부 대변인은 13일(현지 시간) “일본은 PSI에 전면 참여하고 있으나 한국은 그동안 비확산 측면에서 능동적이고 협력적인 파트너이면서도 (대북) PSI 참여는 꺼렸다”며 “한국이 이번 일을 계기로 PSI에 대한 협력 혹은 참여 수준을 재검토(relook)하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은 물론 한국 정부 내에서도 청와대와 통일부를 중심으로 PSI 정식 참여에 대해 반대하는 의견이 많아 한미 간 심각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

한국 정부가 PSI 참여 문제를 놓고 중국과 공동보조를 취할 것이라는 전망도 변수로 꼽히고 있다. 왕광야(王光亞) 유엔주재 중국대사는 안보리의 결의문 채택 직후 “중국은 북한을 드나드는 화물 검색을 승인하지 않는다”며 검색에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 통일부 고위 당국자는 13일 기자간담회에서 “중국이 안보리 결의문 이행에 어떤 형태로든 동참할 것이고 우리도 그 수준을 맞춰 나갈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반해 일본 정부는 북한 선박을 미군이 검색할 때 해상자위대의 선제 무기 사용을 가능하도록 하는 특별법을 제정키로 하는 등 강경 기조를 이어갔다. 정당방위에만 한정됐던 무기 사용의 규제를 완화해 뱃머리 전방 해면을 향해 경고사격을 할 수 있도록 바꾼다는 것.

따라서 앞으로 PSI 정식 참여 등 대북 제재 수위를 둘러싸고 한중 대 미일 대결 구도가 심화될 전망이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PSI:

상설기구가 아니라 대량살상무기(WMD) 확산방지를 지지하는 국가들의 자발적 참여에 기초한 연합체다. 2003년 6월 미국 주도로 발족해 현재 75개 국가가 참여. PSI는 해상에서 의심스러운 배를 저지(interdiction)하기 위해 정지명령을 하고, 거부하면 무력을 동원해 강제 검색을 하도록 한다. 미국은 이를 위해 PSI에 적극 참여한 나라들과 ‘승선협정(ship-boarding)’을 맺는 방식으로 협력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미 국무부 차관 재직시절 PSI 체제 설립을 주도한 존 볼턴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안보리 결의문은 PSI의 성문화”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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