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13일 표결” 러“며칠 기다리자” 신경전

  • 입력 2006년 10월 14일 02시 56분


12일 오전 11시(현지 시간) 북한의 핵실험에 따른 제재 결의안이 논의되고 있는 미국 뉴욕 맨해튼 유엔본부 2층 안전보장이사회 앞 복도.

안보리 회의가 열리는 동안 유엔 출입기자들이 ‘뻗치기’를 하기 때문에 유엔에서는 ‘잠복근무 지역’(stake out)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곳이다. 이날도 70여 명의 취재진이 몰렸다. 이 중 3분의 2는 일본 취재진이었다.

북한 핵문제를 놓고 평소에는 그다지 자주 발언하지 않았던 비탈리 추르킨 유엔주재 러시아 대사가 기자들에게 이렇게 밝혔다.

“북한 핵실험에는 강력한 대응도 필요하지만 차가운 머리도 필요하다. 앞으로 며칠 기다려도 크게 상황이 바뀌는 것이 없는 만큼 13일 표결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그러자 존 볼턴 유엔주재 미국 대사의 비서실장이 익명을 조건으로 취재진을 불러 모아 미국의 방침을 설명했다. 맞불작전이었다.

오전 11시 반 볼턴 대사가 기자들 앞에 섰다. 그는 “이제 논의는 할 만큼 했다.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니 13일 표결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북한 핵문제에서는 미국보다 목소리를 더 높이고 있는 오시마 겐조 유엔주재 일본 대사는 “안보리가 일치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지만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다”고 거들었다.

중국, 러시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표결을 강행할 수도 있음을 내비치는 발언이었다. 현재 일본은 10월 안보리 순번 의장국이다. 오후 7시 볼턴 대사가 밝은 표정으로 나와 “완전한 합의에 이른 것은 아니지만 많은 진전이 있었다”고 말했다. 오시마 대사도 “중요한 문제에 타협이 이뤄졌다. 표결은 14일에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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