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이른바 ‘핵보유국’이 됐다는 말인가.
“그렇게 생각해야 한다. 폭발력은 의도대로 되지 않았을 수 있지만 폭발에 성공한 것은 사실이다. 당장은 북한이 국제적으로 고립되겠지만 시간이 흐르면 국제사회도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인도나 파키스탄도 6, 7년 지난 뒤 결국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과 마찬가지다. 북한은 이들 국가와는 조금 사정이 다르니 국제사회가 그 정도 공개적으로 인정하지는 않겠지만 물밑에서 다각도로 평양과 접촉하려 할 것이다. 핵보유국이 된다는 점은 위상이 전혀 달라진다는 것을 뜻한다. 미국은 핵을 가진 나라를 무시할 수 없다. 평양에 물밑으로 접근할 것이다. 가령 ‘이란에는 기술을 주지 말라’거나 ‘다른 나라에 팔지 말라’거나 하는 막후교섭을 하려 할 것이다.”
―북한이 원하던 대로 미국과 직접 대화가 된다는 뜻인가.
“공개적으로 하지는 않겠지만 직접 대화를 하게 될 것이다. 핵클럽에 들어갈 자격을 얻었으니까.”
―북한이 핵을 갖게 되면 일본 한국 등 동아시아에서 핵 도미노가 일어날 우려는 없나.
“요즘 북한 핵을 보는 일본 국민의 반응은 ‘핵에는 핵’ 식의 감정적인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지금 단계에서 탄도미사일에 핵을 실어 날리는 식으로는 하지 못한다. 북핵이 일본의 핵무장론으로 이어지더라도 실제 핵무장은 못한다. 우선 다른 나라가 용인하지 않는다. 특히 미국이 절대 용인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은 고립돼도 버텨낼까?
“북한은 고립이 무섭지 않다. 지금까지도 거의 고립된 상태지 않은가. 그들이 무서워할 것은 중국이 미국의 요구를 수용해 석유 등 에너지 공급을 중단하는 정도일 것이다. 하지만 중국도 북한이 붕괴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는 않을 것임을 북한은 이미 읽고 있다. 러시아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주문대로 북한을 봉쇄하려 하지는 않을 것이다.”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응은?
“북한을 마구 몰아붙이지는 못할 것이다. 물밑 접촉이 있을 것이다. 북의 핵실험으로 6자회담의 틀은 이미 깨졌으니 다른 방법을 생각해야 하는데, 그것이 어떤 틀이 되건 평양과 접촉해야 한다.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를 만들었듯 북한에 ‘핵무기를 더 늘리지 말라’거나 하는 식의 주문과 함께 뭔가 대가를 주려 할 것이다.”
―유엔헌장 7장에 입각한 제재 얘기가 나온다.
“이 앞의 유엔 결의에서 유엔헌장 7장을 명기하지 않았다. 존 볼턴 유엔 주재 미국대사 같은 사람은 ‘다음 단계는 7장을 의미한다’고 주장했지만 이를 명기하지 않은 이상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다.”
―북한 핵실험으로 인한 지진파 측정치가 한국 3.58, 미국 4.2, 일본 4.9 등 모두 다르다.
“솔직히 그게 가장 큰 고민이다. 리히터 규모 숫자 하나에 폭발력은 크게 차이가 난다. 한국의 3.58이라는 수치가 TNT 400∼500t 규모라면 일본의 4.9는 1만2000t 규모가 된다. 이는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과 비슷한 폭발력 규모를 뜻하며 실용형 핵무기가 개발됐다는 뜻이 된다. 지금으로서는 어느 수치가 맞는지 알 수 없다.”
―왜 이렇게 수치가 다를까.
“측정 장소에 따라 차이가 날 수는 있을 거다. 일본의 측정도 정밀도가 떨어진다. 포괄적 핵실험금지조약(CTBT)의 전 세계 탐지체계도 폭발력이 1000t 규모보다 작으면 잘 파악하지 못한다. 미국의 태평양 방면 감시 위성도 정밀도가 떨어진다. 폭발력을 측정할 수 있는 정보가 여럿이라는 점이 걸린다.”
―북한이 핵실험을 다시 할 것으로 보나.
“국제사회가 어떻게 나오느냐를 보겠지만 아마도 또 하려 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북한이 핵무기를 최대한 20개는 가졌을 것이라고 본다.”
―이번 핵실험은 플루토늄형일까, 우라늄형일까.
“추정이지만, 거의 플루토늄일 것이라고 본다. 우라늄형은 파키스탄의 압둘 카디르 칸 박사가 1995년 장치를 건네줬다고 하고 북한도 농축했다고 밝혔지만 어느 정도 규모인지 현시점에서는 정보가 없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조사에서도 안 나온다. 플루토늄은 원자로가 있어야 하고 바다나 강가에서 해야 하는 등 어느 정도 밖에서 파악이 가능하지만 우라늄 형은 전력으로 가동하기 때문에 지하건 산속이건 안 보이는 곳에서 개발이 가능하다. 1991년 이래 플루토늄 농축량이 그 정도 될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한 반면 우라늄은 농축했다고 해도 1995년 이후부터이고 북한의 전력 사정을 고려해 볼 때도 무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미국 WC-135나 일본 T-4 등 정찰기로 동해의 대기 샘플을 모아 방사성동위원소를 채집해 측정하면 며칠 내로 우라늄형인지 플루토늄형인지는 답이 나올 것이다. 정부가 발표할지 어떨지는 모르지만….”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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