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核의 심각성, 국민도 재인식해야

  • 입력 2006년 10월 5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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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 연휴를 앞두고 북한은 그제 “핵실험을 하겠다”는 ‘폭탄선언’을 남녘 동포에게 안겼다. 주가가 떨어지고 사실상 확정된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의 유엔 사무총장 피선도 자칫 ‘다 된 밥에 코 빠뜨리는’ 일이 생길지 모른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민족끼리’가 사실은 ‘북한 멋대로’라는 뜻임이 거듭 확인됐다.

북의 핵실험은 김대중 노무현 두 정권이 하늘처럼 떠받들며 추진해 온 ‘햇볕정책’의 총체적 파탄을 웅변한다. 이미 ‘미사일 불꽃놀이’로 국제적 고립을 자초한 북한이 ‘핵 불장난’을 벌이겠다고 하자 미국과 일본은 “결단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금융·무역제재와 해상봉쇄, 나아가 무력 공격까지 검토할 수 있음을 경고했다. 햇볕정책의 ‘정신’대로라면 우리 정부는 국제적으로 고립된 북을 떠받쳐야 하는 부담까지 안게 됐다.

핵 보유 선언을 통해 북한은 ‘핵클럽’에 가입한 인도와 파키스탄의 선례(先例)를 따르겠다는 속셈인 모양이지만 착각이다. 오히려 일본의 핵무장만 부추겨 동북아를 무한 군비경쟁에 빠뜨릴 것이다. 중국도 북의 핵무장에는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한반도 정책을 재조정해야 한다”는 비공식 반응을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에게 ‘악몽의 시나리오’는 일부 전문가의 분석처럼 미국이 북의 핵 보유를 사실상 묵인하고 기술 이전과 대외(對外) 판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등 핵 확산만 막는 ‘봉쇄 정책’을 택할 가능성이다. ‘핵무기가 미국까지 안 날아오면 된다’는 전제 아래서다. 이런 시나리오가 현실이 되면 우리는 북한 핵을 머리에 이고 살면서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아무 말 못 하고 쳐다봐야 할 처지가 된다.

외교적 파탄의 책임은 자주(自主) 구호에 매몰돼 북이 미사일을 쏘든, 핵을 개발하든 뒷돈 대줘 가며 애면글면 달래기에 골몰해 온 정권에 있다. ‘6자회담’만 열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양 매달려 온 것부터 착각이었다. 북에 핵을 개발할 시간만 벌어 줬다. 제2차 세계대전 직전 영국이 히틀러를 달래겠다며 국제회의에 독일을 끌어들이려 애쓰다 침공당한 역사를 상기시킨다.

그런데도 북의 핵실험 선언 뒤 정부는 외교부 대변인 성명으로 “모든 것은 북한 책임”이라는 어정쩡한 발표만 했다. 여당도 “대화만이 해결 방법”이라는 낡은 ‘레코드판’을 트는 데 그쳤다. 그동안 정부는 ‘북의 핵실험에 대비한 대응책이 있다’고 큰소리쳐 왔지만 북의 급변(急變)사태에 대비한 한미 간 ‘작전계획 5029’ 논의마저 중단한 마당에 무슨 수단이 있는지 궁금하다. 또 미국의 소매를 붙들고 ‘북을 때리지 말라’며 매달리기나 할 건가.

작금의 사태는 국민의 안보불감증에 대한 우려도 키우고 있다. 국민의 80% 이상이 ‘전쟁이 날 리 없다’고 믿는 것은 국제적으로나 국내적으로나 궁지에 몰린 북한 정권이 ‘막다른 선택’을 할 가능성을 생각할 때 아찔하다. “남북관계만 잘되면 나머지는 깽판 쳐도 좋다” “핵과 미사일이 자위수단이라는 북한 주장에도 일리가 있다”는 노 대통령의 위험한 안보관(觀)을 방치한 책임이 국민에게도 있다.

더 늦기 전에 한국 외교의 방향을 전면 전환해야 한다. 그 첫걸음은 미국 및 일본과의 공조 회복이다. “선군(先軍)으로 남(南)을 지키겠다”고 선전하던 북한이 머지않아 “핵무기로 남쪽 동포를 지켜 주겠다”고 나오면 만사가 끝난 뒤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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