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에도 이틀째 문의전화가 몰렸지만 펀드 환매 사태는 없었다. 프라이빗뱅킹 담당자들은 “좀 더 지켜봅시다”라고 대답했다. 이젠 미국을 비롯한 강대국의 반응이 더 큰 변수라는 설명을 덧붙였다고 한다. 또 귀금속시장도 조용했고 대형마트에서 라면, 생필품 등의 사재기도 없었다. 달러화 사재기도 나타나지 않았다. 이 정도면 한국의 ‘북핵 내성(耐性)’이 보통이 아니다.
▷개인이 내놓은 주식은 대부분 외국인이 받아먹었다. 이틀간 6500억 원어치를 순매수했다. 북핵에 관한 특별 정보라도 들었거나 북핵의 위험성을 낮게 평가한 걸까. “아니다. 4월 말 이후 15조 원어치를 팔아 한국 비중이 너무 낮아진 상황이었다. 이번에 주가가 떨어진 김에 좀 사들인 것뿐이다.” 이남우 메릴린치증권 전무의 해석이다.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7월에 한국주식의 편입비중이 시장비중보다 낮은 상태가 됐기 때문에 주식을 샀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표면상의 ‘북핵 내성’을 자랑하면서 앉아만 있을 일도 아니다. 속으로 골병이 들 수 있기 때문이다. 증시는 그렇다 쳐도 외국기업의 직접투자는 상당 폭 더 위축될 우려가 있다. 해외주식 펀드 투자나 미국 및 글로벌 채권 투자를 위해 국내에서 빠져나간 돈만 올해 들어 170억 달러(약 16조3000억 원)였는데 핵실험을 계기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내년 4%대 성장도 아슬아슬한데 북핵이 가져올 충격을 가늠하기도 어렵다. 맥 놓고 있지 말고 문제를 드러내고 해법을 찾아야 한다.
홍권희 논설위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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