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북한 핵 문제 때문에 고민이 많겠네요.”
9일 미국 뉴욕 맨해튼 유엔본부. 유엔본부를 취재하는 많은 외국기자는 기자에게 다가와 ‘축하’와 ‘염려’를 동시에 쏟아 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이날 오전 9시 반에 회의를 열어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을 차기 유엔 사무총장 단일 후보로 확정해 총회에 넘기자마자 북한 핵실험 제재 논의가 시작됐다.
이날 안보리는 ‘코리아 데이’였다. 전 세계에서 온 취재진이 종일 ‘코리아’ 문제를 취재했다. 유엔본부 앞에는 방송국 위성전송 차량이 몰려들었고, 안보리 앞 통로는 취재진이 너무 많이 몰려 유엔 공보과 직원들이 나와 취재진을 통제해야 할 정도가 됐다.
프랑스에서 온 한 기자는 “유엔 사무총장 선출과 북한 핵 문제를 한꺼번에 취재해야 한다고 했더니 회사가 주저하지 않고 출장을 가라고 했다. 오늘 유엔의 주인공은 투 코리아”라고 말했다.
존 볼턴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똑같은 민족이지만 60년이 지난 오늘 한국은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하고, 다른 나라는 핵실험을 했다. 의미가 있는 날”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유엔에서 한국은 ‘모범국가’로 분류된다.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하기 전에도 한국은 이미 유엔 분담금을 11번째로 많이 낼 뿐만 아니라 인권, 빈곤퇴치 등 여러 분야에서 점차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쪽인 북한은 한국과 유엔에 동시 가입했지만 그 위치는 빈약하기 그지없다. 항상 핵, 미사일, 인권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문제 국가’로 낙인찍힌 지 오래다. 그뿐만 아니라 날로 고립되고 있다. 전통적인 우방인 중국과의 교류도 예전만 못하다.
중국의 한 소식통은 “이번 북한의 핵실험 때문에 중국도 화가 많이 났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북한은 비동맹국가 사이에서도 점차 외톨이가 돼 가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뉴스는 점차 북한 핵 이슈에 가려져 갔다. 앞으로 당분간 북한 핵 문제는 전 세계 신문과 방송을 장식할 것이다. 한때 똑같은 출발점에 섰던 남북한. 60년이 지난 2006년 유엔에서 느낀 한국과 북한의 간격은 도저히 메울 수 없을 정도로 커 보였다.
공종식 뉴욕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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