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무기 보유는 화학 생물학 무기나 미사일과 같은 기존의 대량살상무기와는 전혀 차원이 다른 군사적 위협과 안보 딜레마를 우리에게 주고 있다. 북한 핵은 우리가 그동안 달성하기 위해 노력해 온 한반도의 재래군사력 균형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들었다. 따라서 기존과는 완전히 다른 전쟁 억제 방어 전략이 필요하다.
北에 ‘핵보유=고통’ 인식시켜야
핵무기는 그 재앙적인 위력으로 인해 실제 사용 여부와는 관계없이 보유 자체만으로도 상대방에게 엄청난 심리적 부담감을 준다. 핵을 보유한 북한이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군사행동(북방한계선의 월선이나 군사분계선 지역에서의 제한적 도발)을 감행할 수도 있다. 북한은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경우 ‘공멸’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며 우리를 위협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에 대응하는 우리의 운신 폭은 이제 좁아질 수밖에 없다.
북한은 자신들이 의도한 군사적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핵무기의 실제 사용 가능성은 암시할 수 있다. 이 같은 암시만으로 한미 혹은 한국 단독 차원의 응징 보복은 피할 것이라는 판단을 할 수도 있다. 또 핵 보유로 강화된 군사적 역량에 대한 자신감으로 북한은 자신들에게 부담이 되는 포괄적 개혁 개방 및 진정한 한반도 평화 정착을 가능한 한 회피하려 할 수 있다. 그 대신 북한은 내부 체제 결속을 위해 남북한 간의 군사적 대치와 긴장을 선택하게 만들 가능성도 있다.
북한 핵실험이 한반도에서의 군사력 균형 변화 이상으로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분야는 동북아 지역의 전략 환경 변화이다. 북한 핵실험이 일본이나 대만과 같은 역내 국가들을 자극해 동북아 전체의 핵 군비경쟁으로까지 비화할지는 미지수이고, 여전히 많은 변수가 있다. 하지만 상당수 국가가 어떤 방향으로든 이에 대한 대응수단을 확보하기 위해 부심할 것이다.
일본은 그동안 북한의 대량살상무기에 대해 극히 민감한 반응을 나타냈다. 이에 따라 미일동맹 체제의 기본 틀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북한 핵에 대한 전략적 대응 체제를 강화하려 할 것이다. 이는 비(非)핵 전략무기의 획득, 대량살상무기 탐지 감시 요격 체제의 확보, 미사일방어(MD) 체제의 조기 구축 등으로 나타날 수 있다.
일본의 군사력 강화는 중국 러시아 등 주변국의 견제심리를 촉발하게 될 것이다. 북한의 전통적 우방이었던 중국과 러시아가 핵을 가진 북한을 다루는 데 추가적인 대량살상무기를 개발 획득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전력 배치의 변경 등을 통해 안전성을 높이려는 조치를 취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이와 같은 한반도 및 동북아 지역에서의 전략 환경 변화는 자칫 우리의 외교 안보적 지렛대를 상대적으로 약화시킬 위험이 있다. 냉철한 검토와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핵을 가진 북한을 다룰 때 우리가 추구해야 할 1차적이면서도 궁극적인 목표는 위협의 원인을 근본적으로 제거하는 것, 즉 북한의 ‘비핵화’를 관철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북한에 대해 핵 능력의 추구가 얼마만큼의 부담과 잠재적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는가를 분명히 깨닫게 해 줄 필요가 있다. 북한이 핵 보유를 심각하고 감내하기 힘든 압박으로 느낄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북한 핵에 관한 한 국제적 공조가 일관되고 흔들림 없이 계속될 것이라는 점을 인식시켜야 한다. 한미 및 주변국 간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보상에서 압력까지 다양한 조치의 스펙트럼을 속히 마련해야 한다.
정밀 타격력 확보도 서두를 때
‘비핵화’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일 역시 중요한 과제이다. 완전한 비핵화가 실현되기 전까지 한반도의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한미의 군사적 대비 태세 강화와 우리의 자체 역량 확보가 병행돼야 함은 물론이다.
이와 관련해 우리 역시 핵을 보유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미국 및 주변국들의 협조를 이끌어 내기 힘들다. 오히려 동북아 국가들의 군비경쟁을 촉발할 수도 있다. 한국의 핵무장화가 현실적인 대안이 되기 힘든 이유다. 대신 북한 대량살상무기에 대한 대응책으로 우리 자체의 정보 감시 기능을 확충해야 한다. 또 전략 정밀 타격력의 확보를 위한 노력도 가속화해야 한다.
차두현 국방연구원 국방현안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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