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기고/장롄구이]北 핵개발은 소득없는 게임

  • 입력 2006년 10월 14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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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종합대 출신의 한반도 전문가인 장롄구이 중국 공산당 중앙당교 교수는 “북한의 핵 보유가 되레 스스로를 더욱 위험한 지경에 빠뜨리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종대  기자
김일성종합대 출신의 한반도 전문가인 장롄구이 중국 공산당 중앙당교 교수는 “북한의 핵 보유가 되레 스스로를 더욱 위험한 지경에 빠뜨리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종대 기자
북한은 9일 국제사회의 강렬한 반대에도 아랑곳없이 멋대로 핵실험을 실시했다. 이는 현재의 국제질서와 핵의 비확산이라는 세계의 보편적 가치에 대한 도전이다. 또 한반도의 비핵화를 무력화하고 국제사회가 설정한 인내의 한계선을 건드린 것이다.

이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다시 개입해 북한을 엄격히 제재하는 것은 피하기 어렵게 됐다. 앞으로의 사태는 북한의 반응에 따라 다르게 변할 것이다. 북한 핵문제는 이미 최후의 단계로 떠밀려 가고 있다.

북한의 핵실험은 북한 지도부가 핵보유국의 지위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적 정책을 선택했음을 보여준다. 핵실험을 하기 전 사람들은 북한의 핵개발을 미국의 압력에 대항하기 위한 위장전술로 알았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은 당면 목적과 최종 목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종 목적은 한국을 포함해 관련국을 능히 제어할 수 있는 힘을 보유하는 것이다. 당면 목적은 협상 과정에서 유리한 지위를 확보하는 것이다.

북한의 핵 보유는 누구에게도 이로울 게 없다.

먼저 북한 자신에게 이점이 하나도 없다. 북한은 국토가 좁고 자원은 빈약하며 경제는 낙후돼 있다. 막대한 비용과 인력을 들여 먹을 수도, 쓸 수도 없는 핵무기를 개발하더라도 핵무기의 안전을 위해 이후에도 막대한 돈을 쏟아 부어야 한다. 북한의 경제발전과 국민생활 측면에서 확실히 설상가상이다.

또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면 반드시 국제사회의 다양한 제재에 봉착하고 나아가 국제사회로부터 더욱 고립될 것이다. 이는 막 개혁을 시작한 북한의 경제에 심한 손상을 가할 것이다.

둘째, 북한의 핵무기 보유는 북한의 안전도를 높이는 게 아니라 되레 더욱 위험한 지경에 빠뜨리는 것이다. 미국이 핵무기 없는 북한을 공격하는 것은 한국과 중국 러시아 일본까지도 반대한다. 반대로 북한이 핵을 가지면 핵 공격 대상국이 되어 미국이 정말 진지하게 북한 공격을 고려하도록 만든다.

국토가 좁은 북한은 광활한 전략적 종심(縱深·전후방 대형)이 없다. 설령 핵무기가 있어도 2차 공격을 감행할 역량을 갖기 어렵다. 핵 대국처럼 상호 위협하는 국면을 형성하는 게 불가능하다. 따라서 잠재적인 핵 공격국으로 하여금 ‘혹시 반격을 당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갖게 만들기 어렵다.

미국은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절대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미국의 6자회담 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얼마 전 “북한은 핵무기 보유와 미래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핵 보유가 오히려 미국의 북한 정권 전복 가능성을 크게 높였음을 뜻한다.

북한의 핵 보유는 동북아 및 세계 각국에도 좋지 않은 일이다. 동북아 국가의 군비경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먼저 일본이 북한의 핵무장을 구실로 평화헌법을 개정하고 군사대국화의 길로 나설 수 있다. 일본의 재무장에 한국과 중국 역시 군비증강에 나설 것이다. 또 북한의 핵무장은 동북아 지역의 취약한 전략적 균형을 깨뜨릴 수 있다.

셋째, 핵확산금지조약(NPT)을 깨뜨리는 시범 사례가 돼 핵 확산 충격파를 일으키며 핵전쟁의 위험을 더 높일 수 있다.

북한의 핵무장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위협요소이자 한민족의 안전을 위협한다. 한반도는 한민족이 세세대대로 번영해 온 지역으로 유구한 역사와 찬란한 문명을 창조해 왔다.

핵실험을 한 나라들은 모두 사람이 살지 않는 사막이나 대양에서 이를 진행했다. 한반도엔 무려 7000만 명이 생활한다. 만약 핵실험을 하다 실수라도 하면 엄청난 면적이 오염된다.

게다가 한반도는 여전히 냉전구조를 갖고 있다. 정치, 경제 형세도 불안정하다. 만약 핵무기가 제대로 통제되지 않으면 한민족은 장차 어떤 지경에 처하겠는가!

누가 먹고 먹히느냐는 항상 남북이 당면한 첨예한 문제였다. 1950년대 쌍방은 무력충돌을 한 번 경험한 뒤 경제발전 경쟁을 벌였다. 1970년대 남북의 실력이 균형을 잃은 뒤 한국의 우세는 갈수록 명확해졌다.

1972년 남북대화가 시작된 이래 남북관계의 주도권은 시종 북쪽의 손에 쥐어져 있었다. 북한은 한국이 소중히 여기는 수십 년간의 경제성과를 십분 활용했다. 전쟁을 두려워하는 심리를 이용해 끊임없이 벼랑 끝 전술로 한국의 양보를 얻어냈다.

이제 북한은 핵무기를 보유했다. 북한은 앞으로 남북관계에서 주도권 지위를 더욱 강화할 것이다. 앞으로 남북 교류는 북한의 대남전략에 더욱 큰 영향을 받을 것이다. 이는 남북관계의 발전 방향이나 통일의 양식을 선택하는 데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북한은 주변 국가와 비교해 경제, 사회의 발전상황으로 보나 대외관계로 보나 격차가 크다. 한국은 경제를 발전시키고 국민의 생활수준을 향상시키고 대외관계를 강화해 국가안전을 획득했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은 그들이 대항과 군비확장을 통해 안전을 확보하기로 했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많은 역사적 사례가 증명하듯 이런 선택의 결과는 당초 희망과 정반대로 모두를 불안하게 만든다. 북한의 핵무기는 한반도와 동북아 지역을 새로운 불안정 시대로 이끌어가고 있다.

■ 장롄구이는 누구

1943년 베이징(北京)에서 출생했다. 1968년 김일성종합대를 졸업한 뒤 지린(吉林) 성 사회과학원에서 20년 가까이 한반도 문제를 연구했다. 1988년 중국 공산당 간부를 양성하는 최고학부인 중앙당교로 자리를 옮겼다. 한국어로 말하기는 약간 서툴지만 읽기는 아주 능수능란하다. 저서와 논문으로 ‘1945년 이전 국제정치 과정 중 북한과 중국’(1966년), ‘현대 재벌총수 정주영’(1989년), ‘한반도 남북관계 50년’(2001년), ‘한반도 당면 형세와 격변’(2003년)이 있다.

장롄구이(張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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