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열린우리당 의원은 13일 성명을 발표해 이같이 주장했다. 이들은 한걸음 더 나아가 “미국의 민주당과 공화당, 세계 유수 언론들의 생각도 그렇다”고 강조했다.
드러난 발언만 보면 “부시 행정부가 핵실험 원인을 제공했다”는 ‘부시 원인론’과 “부시 행정부가 정책선택을 잘못해 북한 핵실험을 막지 못했다”는 ‘정책 실패 비판론’ 양쪽 모두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의 비공식 발언과 일부 동조세력의 주장을 종합하면, 논리의 핵심은 대략 “부시 행정부의 대북 압박정책이 김정일 위원장을 ‘생존을 위한 핵 도박’으로 내몰았다”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
이런 주장의 타당성을 따지기에 앞서 분명히 지적하고 싶은 것은, 미국 내에서 이 같은 ‘부시 원인론’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이다. 미국 내에서 제기되는 ‘부시 책임론’이란 “북한 핵실험은 김정일의 핵 야욕에서 추진된 도발이다. 그러나 이를 막지 못한 책임은 ‘나쁜 행동은 보상하지 않는다’는 원칙론에 갇혀 5년째 북핵 개발을 사실상 방치해 온 부시 행정부의 정책 실패에 있다”는 내용이다.
부시 행정부는 북한 핵을 정책이나 협상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문제로 봤다. 김정일 위원장의 압제를 그대로 둘 경우 북한이 어떤 협상에 서명하더라도 돈만 떨어지면 제2, 제3의 핵 위기를 일으킬 것으로 봤다. 모르핀 주사로 통증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병원(病源)을 근본적으로 뿌리 뽑는 방안을 구상한 것이다.
결과론이지만 이런 판단은 외교 현장에서 사안의 무게를 과소평가하는 뼈아픈 실책을 불렀다. ‘양자 협상 불가, 다자구도 해결’이라는 틀에 갇혀 ‘도덕적 판단’과 ‘정책’의 차이를 혼동했다는 비판도 설득력 있게 들린다. ‘잘 줘야 C―’라는 민주당의 평가는 그래서 일면 타당할지 모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이 있다. 부시 행정부의 정책을 비판하는 것과 “북한의 핵실험이 미국 탓”이라는 미국 원인론은 엄연히 구별돼야 한다는 점이다.
국제사회에서도 이란 시리아를 비롯한 비주류의 목소리를 제외하면 ‘북한이 핵개발에 나선 것은 부시 행정부 때문’이라는 주장은 찾기 어렵다. 북한이 이미 부시 행정부가 들어서기 이전인 1990년대 후반부터 1994년의 제네바 합의를 어기고 비밀리에 핵 프로그램을 추진해 왔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민주당 인사들은 부시 행정부의 대북 정책에 점수를 낮게 매기면서 비난하고 있다. 그러면 이들이 북한의 행동에는 어떤 학점을 줄까. 물어볼 것도 없다. 한결같이 낙제점인 ‘F 학점’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들려오는 ‘미국 책임론’은 그래서 의도적으로 논점을 흐리려는 물 타기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미국 책임론을 놓고 갑론을박할 때 누가 가장 흐뭇해할까. 달을 보라는 데 손가락 끝을 보고 있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눈길을 손가락 끝에서 하늘로 돌려야 큰 그림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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