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미동맹 ‘한 침대, 딴 생각’ 드러낸 안보협의회

  • 입력 2006년 10월 23일 03시 03분


미국 워싱턴에서 21일 끝난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는 북한의 핵실험이 증폭시킨 한국의 안보불안을 완화하지 못했다. 다수 한국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양국 정부는 전시작전통제권을 ‘2009년 9월 15일에서 2012년 3월 15일 사이’에 전환(한국군 단독행사)하기로 합의했다.

2년 반이라는 기간을 설정했지만 한국의 안보현실에 대한 진지한 고려보다는 ‘자주(自主)’와 ‘전략적 유연성 확보’라는 두 정부의 ‘제 갈 길’에 대한 집착이 우선한 결과였다. 또한 ‘식어버린 동맹의식’이 작용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노무현 대통령이 ‘전시작전권을 언제든지 환수할 수 있다’고 큰소리 친 것과는 달리, 2012년 이전에는 곤란하다고 협상에서 매달린 우리 정부가 우습게 됐다.

그나마 미국이 한국에 제공키로 한 핵우산에 관해서도 해석이 엇갈렸다. 한국 측은 “SCM 공동성명에 새로 포함된 ‘확장된 억지력’의 개념은 핵우산의 제공을 구체화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은 “예년과 같은 수준의 표현”이라고 일축했다. 미국은 ‘한미 군사위원회(MCM)가 한미연합사령관에게 핵우산 공약을 구체화하라는 지침을 내렸다’는 한국 측 발표도 부인했다. 북핵 위기 속에서 군사동맹의 장래와 관련해 벌인 협상에서조차 이런 의사 불통(不通)이 빚어진 것이다.

‘민족공조’에 매달려 온 노무현 정부의 잘못이 크다. 대북제재에 적극 동참해 달라는 미국의 주문에는 소극적으로 응하면서 미국에 한국의 안보만 책임지라고 하는 것은 동맹 간에 통하지 않을 태도다. 더구나 겉과 속이 다른 ‘자주’를 내세우는 모습은 동맹국의 비위를 상하게 할 만도 하다. 결국 노 정부는 재협상의 부담을 다음 정권에 떠넘긴 셈이다.

미국도 ‘전 세계 주둔미군 재편’이라는 단기적 목표에만 치중해 전시작전권을 이참에 떠넘기려는 태도에서 벗어나 동맹의 장기적인 미래를 생각하고 특히 한국민에 대해 안보공약을 지킨다는 차원에서 이 문제를 다뤘어야 했다.

한미 정부 간의 ‘안보 대응 부조화’ 상태에서 우리 국민은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공론화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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