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임소형]핵실험 보름만에 사진 한장 달랑…

  • 입력 2006년 10월 26일 03시 00분


24일 오전 11시 정부과천청사 과학기술부 기자 브리핑룸. 박영일 과기부 차관과 산하 기관장들이 참석한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정부가 북한 핵실험에 대한 대처 능력이 도대체 있느냐는 지적이 잇따르자 해명을 하기 위해서였다. 실제로 과기부 산하 기관인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지진파 발생 장소를 두 번이나 수정해 혼선을 빚었다.

박 차관은 먼저 “핵실험 추정 위치가 다른 관측 기관과 50km나 차이가 나는 등 혼란을 끼쳐 드려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과기부 측은 “관측소가 남쪽에 치우쳐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럼 한국보다 핵실험 지역에서 훨씬 멀리 떨어진 미국이나 일본에서 추정한 위치가 더 정확했던 것은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그동안 원전 사고 등 환경방사능 감시에 주력했기 때문에 핵실험 탐지시설이 부족하다는 설명만으로는 충분할 수 없다.

과기부는 이번 간담회에서 다목적 실용위성인 ‘아리랑2호’가 찍은 핵실험 추정 지역인 함북 길주군 풍계리 부근을 촬영한 사진을 공개했다. 하지만 기자들이 “이 사진으로 무엇을 알 수 있느냐”고 묻자 아리랑2호의 개발 주체인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측은 “관계 기관에서 정밀 분석하고 있어 지금 뭐라고 답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사진 촬영에서 공개까지의 시간도 석연치 않다.

아리랑2호가 사진을 찍은 날은 16일. 그러나 24일 공개될 때까지 무려 8일이나 걸렸다. 사진 촬영 후 영상정보를 만들기까지 하루면 충분한데도 과기부와 국가정보원으로부터 공개 허가 절차를 밟느라 일주일 이상 지연됐다는 설명이었다.

김우식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멤버여야 한다. 날이 갈수록 국가 안보에서 과학 기술이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북한의 핵실험 이후 과기부나 산하 연구기관들이 보여 준 자세는 무능하고 무책임하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려웠다. 첨단 기술을 활용한 체계적인 국가 안보 비상대응 시스템은 찾아볼 수도 없었다. 외교안보 부처가 자주 ‘코드’ 논란에 휘말리면서 질타받는 현실이다. 업무 특성상 그나마 중립성과 전문성을 지킬 수 있는 과학기술 관련 부처와 연구기관이라도 똑바로 중심을 잡고 제대로 일을 했으면 하는 것은 기자만의 생각일까.

임소형 동아사이언스 soh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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