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지도부의 요청으로 성사된 이날 회동에는 한명숙 국무총리, 김근태 의장, 김한길 원내대표, 문희상 열린우리당 북핵대책특위 위원장, 이병완 대통령비서실장, 송민순 대통령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이 참석했다.
당-정-청은 그동안 대량살상무기(WMD) 확산방지구상(PSI) 참여 확대 문제 등 대북 제재 방안에 대해 한목소리를 내지 못해 국가적 안보위기 상황에서 제대로 된 위기관리능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날 모임에서는 “유엔 결의안 채택 이후 더욱 긴밀하게 논의하면서 협력하자”는 합의문만 도출했을 뿐 PSI 참여 확대 등 핵심 사안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PSI 참여 확대 반대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는 김 의장은 이날 간담회 시작에 앞서 “어떻게 보면 총리와 당은 역할분담을 하는 것”이라며 당의 행보를 바꾸지 않을 뜻을 내비쳤다.
비공개로 진행된 간담회에서 당 지도부는 “평화번영정책의 근간은 변할 수 없으며, PSI는 현 기조를 유지해야한다”는 의견을 제시했으나 정부 측 참석자들은 “당의 인식을 이해한다”고 말하면서도 당의 의견을 합의문에 포함시키는 것에는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웅래 원내 공보부대표는 간담회 직후 “정부는 국제사회와의 공조 속에서 문제를 풀 수 있다는 데 방점을 두고 있고, 당은 무력충돌이 생길 수 있는 여지조차 없어야 된다는 점에 방점을 찍은 것”이라며 당정 간 시각차가 좁혀지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김 의장은 15일에도 PSI 참여 확대에 반대한다는 기존 의견을 재확인한 뒤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사업을 비롯한 민간 차원의 교류협력을 계속하는 게 합당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작 당내에서조차 의견 통일이 되지 않고 있다. 386 출신 의원을 주축으로 의원 77명이 13일 PSI 참여 확대에 반대하는 성명서를 발표하자 ‘안정적 개혁을 위한 의원모임(안개모)’ 등 당내 보수 성향 의원들이 반대 의견을 밝히고 나선 것. 국회 국방위원이자 환경부 장관을 지낸 김명자 의원은 “국제사회 행동에 동참하겠다고 하면서 ‘PSI 참여는 더 확대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은 주변국에 신뢰를 주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재선 의원은 “‘77인 성명서’에 서명한 의원 중에도 성명서를 들고 오니 할 수 없이 서명한 경우가 상당수”라고 주장했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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