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고려대 삼민투위원장을 지낸 이정훈 씨가 장민호(마이클 장) 씨를 만난 곳이 열린우리당 386 정치인 A 씨의 개인 사무실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386 정치인들은 당혹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이들은 “공안 당국이 사건의 실체를 조속히 밝혀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자칫 386 정치인 전체가 ‘누명’을 쓸 수 있는 만큼 이번 사건의 진상을 가려야 한다는 것.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의장 출신인 열린우리당 오영식 의원은 27일 “386 운동권 출신이 한꺼번에 매도되는 것 같아 아쉽고 두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 씨에 대해 “대학 동문인 것조차 언론을 통해 알았을 정도”라며 “학생운동권이라고 하지만 학교를 함께 다닌 적도 없다”고 했다. 그는 “386 정치인 A 씨도 이번 사건과 무관한 것으로 국정원이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역시 전대협 의장을 지낸 같은 당 임종석 의원은 “단순한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사안인지, 조선노동당 가입 등 국가보안법 위반이 있었는지 검찰과 국정원이 조속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연세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우상호 대변인은 “(대학 동문인) 손정목 씨 외에는 잘 모르는 사람들이고, 손 씨도 개인 사업을 시작한 후 만난 적이 없는데 구속됐다는 얘기를 듣고 놀랐다”며 “수사 초기 단계라서 사건의 실체가 드러나지 않은 만큼 수사 결과를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 내에선 “왜 갑자기 386 운동권 출신이 연루된 간첩 사건이 터진 것이냐”며 경계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한편 성균관대 총학생회장을 지낸 386 운동권 출신인 한나라당 고진화 의원 보좌진은 “고 의원은 (성균관대 81학번인) 장 씨를 모르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고 의원은 세미나 참석차 일본에 가 있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與 정치인 “장민호씨 노선달라…찾아온적 없다”▼
장민호 씨와 이정훈 씨가 만난 장소를 제공했다고 공안당국이 파악하고 있는 A 씨는 27일 “둘 다 잘 아는 사이지만 두 사람이 내 사무실에서 만났다는 국가정보원의 설명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미국 워싱턴에 머물며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에 재학 중인 A 씨는 이날 본보와의 통화에서 “고려대 82학번 동기인 이정훈 전 민주노동당 중앙위원은 2000년 총선 당시 내가 출마했을 때 자원봉사자로 일해 내 사무실에 자주 나온 것이 맞다. 그러나 장민호 씨는 당시 민주노동당 지지자로서 민주당 후보였던 나와 정치노선이 달라 선거 사무실에 찾아왔던 기억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민주노동당 이해삼 최고위원이 방송에 출연해 “A 씨가 두 사람을 소개한 것이 맞다”고 말한 것에는 “이 최고위원이 어떤 근거로 그런 말을 했는지 모르지만, 두 사람을 소개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그는 “검찰이나 국가정보원이 이번 수사과정에서 내게 확인 전화를 해 온 적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구속된 장 씨와 이 전 중앙위원이 모두 ‘일심회’라는 조직에 소속돼 있다는 언론보도에 대해 “오늘 언론에 나온 것을 보기 전에는 일심회라는 말을 들어본 적도 없다”고 말했다.
한편 A 씨는 27일 각 언론사에 보도자료를 배포해 “내가 이정훈 씨를 장민호 씨에게 소개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 같은 내용을 공개한 이해삼 최고위원과 이를 확인하지 않고 보도한 관계자들에게 엄중 항의하며 법적 조치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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