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희윤(39) 피랍탈북인권연대 대표 등 전향한 ‘386’ 인사 8명은 2일 서울 종로구 뉴라이트전국연합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말했다.
이들은 “1980, 90년대 학생운동에 깊이 관여해 왔던 우리가 보기에 일심회 간첩단 사건 피의자들의 행동은 오래전부터 좌익운동 내에 전수돼 오던 조직보안 및 법정투쟁 수칙과 흡사하다”며 “일심회 사건은 대규모 간첩단 사건임을 확신한다”고 주장했다.
최진학(40) 뉴라이트전국연합 정책실장은 “1990년 삼민동맹사건 때 연루돼 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에 잡혔을 때 보안수칙에 따라 묵비권을 행사했고 검거될 때를 대비해 미리 입을 맞춰 놓았기 때문에 무혐의로 풀려났다”며 “간첩 사건과 같은 공안사건에서는 실체적 사실에 대한 증거를 밝히기 힘들다”고 말했다.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전 연사국장이었던 이동호(47) 북한민주화포럼 사무총장은 “장민호 같은 최고 핵심부는 어쩔 수 없이 자백하고 이진강 같은 제 2, 3선은 완강히 부인하는 것이 전형적인 투쟁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여명그룹 전 중앙위원이었던 황성준(41) 씨는 “간첩사건 증거는 회합 사진이나 공작금 수령 외에는 드러나기 힘들어 회합이라는 죄명으로 잡아들일 수밖에 없다”며 “나도 예전에 소련공산당 당원으로 활동할 때 사진은 절대 찍지 않았고 초등학교 때 사진도 다 없앨 정도로 치밀하게 행동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번 사건은 북한과 관련한 주사파 운동세력이 아직도 한국 사회에 건재함을 보여 준 것”이라며 “과거 친북 좌파운동을 하다 현재 청와대와 열린우리당, 정부에서 활동 중인 인사들은 스스로 전력을 고백하고 지금의 사상적 좌표를 밝히라”고 주장했다.
주사파 운동권으로 활동하다 전향한 386이라고 밝힌 이들은 “과거 주체사상을 지도이념으로 삼아 대한민국의 전복을 추구했기에 오늘날 한국이 직면한 위기와 이념적 혼돈에 책임을 느낀다”고 기자회견 동기를 설명했다.
이번 기자회견 성명에는 이들 외에 임헌조 뉴라이트전국연합 사무처장, 한오섭 전 민중민주주의 학생투쟁동맹 중앙위원, 안원중 뉴라이트전국연합 조직국장 등이 참여했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달라진 공안 수사…유치장↔국정원 출퇴근조사▼
386 학생운동권 출신 인사들이 연루된 ‘일심회’ 사건은 과거 북한과 연계된 다른 공안 사건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우선 구속자들이 서울 시내 경찰서 유치장에 인치된 상태에서 국가정보원으로 출퇴근 조사를 받고 있는 것은 과거와 사뭇 달라진 풍경.
이들은 매일 변호사나 가족과 접견하고 신문도 받아 보고 있다고 한다. 조사 분위기도 그리 위압적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새로운 상황이 겹치면서 수사는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당초 혐의를 인정했던 일부 피의자가 묵비권을 행사하면서 혐의 입증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
수사 관계자는 “변호사에게서 매일 진술 방법 등을 ‘교육’ 받고 있는 상황에서 수사가 되겠느냐”고 하소연했다.
국정원이 간첩 혐의를 두고 수사 중인 상황에서 수사 대상자 측이 2일 수사 당국의 최고 책임자인 국정원장을 고소 고발한 것도 극히 이례적인 일.
통상적인 공안사건과 달리 수사 진행 상황이 언론에 보도되고, 수사 최고 책임자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사건에 대해 언급한 데서 비롯됐다. 이런 일도 과거에는 그 예를 찾기 힘들다. 한편 장민호 씨의 ‘메모’에 이름이 오른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 P 씨가 김승규 국정원장의 형 K 전 의원의 보좌관을 지낸 것으로 알려졌으나 K 전 의원은 “국정감사 때 사무실 일을 도와준 일은 있으나, 정식 보좌관으로 등록된 것은 아니었다”고 2일 해명했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구속자 가족들 김승규 국정원장 고소▼
‘일심회’ 사건 구속자의 가족과 시민단체가 공동으로 김승규 국가정보원장을 피의사실공표죄로 고소하는 등 일심회 수사에 반발하고 나섰다.
통일연대와 민중연대 등 96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국가보안법폐지국민연대는 2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안국동 ‘달개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정보원이 일심회 사건을 정확한 증거 없이 간첩단 사건으로 규정하고 여론몰이를 통해 진실을 호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이들은 “수사가 진행 중이고 당사자가 혐의를 부인하는 상황에서 간첩단 사건이라고 규정지은 것과 피의자들의 이름을 그대로 밝힌 것은 잘못된 일”이라며 “국정원과 언론은 무죄추정원칙을 무시하고 여론재판을 하면서 인권 침해를 자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구속된 5명 중 장민호(44) 씨를 제외한 가족 4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언론에 가족관계와 사진까지 보도되는 바람에 사생활 침해가 심각하다”며 “국정원과 언론사에 법적 책임을 묻기 위해 공동행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정훈(43) 전 민노당 중앙위원 부인은 “남편의 실명과 가족관계를 밝혀 초등학생, 중학생 아이들이 불안해하고 남편이 운영하는 회사도 사진이 나오는 바람에 어렵게 됐다”며 “무조건 사람부터 잡아놓고 아니면 말고 식의 수사로 한 가정이 망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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