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복 · 불복 · 보복…공천 탈락자들 어지러운 ‘마이웨이’

  • 입력 2008년 3월 20일 03시 07분


《공천에 탈락한 의원들이 각자 ‘살길’을 찾고 있다. 분노에 찬 탈당 선언을 한 뒤 다른 당에 입당하거나 무소속으로 국회에 돌아오겠다는 의원부터 조용히 승복하는 의원까지 갖가지 방식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 당적 변경

한나라당 서청원 전 대표 등 친박근혜계 의원들 중 일부는 19일 한나라당을 탈당하고 미래한국당 입당을 선언했다.

공천에서 탈락한 친박 계열 이규택 의원과 엄호성 의원이 입당했고, 박근혜 전 대표의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던 홍사덕 전 의원과 이강두 의원, 전용원 함승희 전 의원도 조만간 합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미래한국당을 ‘친박연대’(가칭)로 바꿔 이번 총선에서 새 희망을 찾으려 하고 있다. 서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서울 동작갑에 출마한다. 홍 전 의원은 2005년 10·26 재선에서 패한 경기 광주나 서울 강남권의 한 지역에 나갈 것을 검토 중이다.

친박연대 측에선 20여 명의 원내외 인사들이 이번 총선에 출마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수도권에 출마하는 친박 의원들이 ‘친박연대’로 출마하는 것은 수도권에서는 무소속의 당선이 지극히 불리하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통합민주당 공천에서 탈락한 이상민 의원은 19일 자유선진당에 입당했고, 자기 지역구인 대전 유성에 출마하기로 했다. 이용희 국회부의장도 자유선진당으로 당적을 옮겨 충북 옥천-보은-영동에 출마한다.

한나라당 고진화(서울 영등포갑) 의원도 전여옥 의원과의 한나라당 공천 경쟁에서 탈락해 창조한국당 입당을 저울질하고 있다.



○ 무소속 출마

한나라당 김무성 의원은 ‘친박연대’에 합류하지 않고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김태환 이인기 의원 등과 함께 영남권에서 ‘무소속 연대’를 결성해 총선을 준비 중이다.

김 의원은 자신의 공천 탈락이 결정된 날 탈당을 선언하며 “당선되면 반드시 한나라당으로 돌아와 당을 바로잡을 것”이라고 밝혔다.

무소속 출마는 공천에서 탈락한 것은 불만이지만 자신의 이념과 정체성은 그대로 유지하기 위한 선택이다.

민주당 이인제(충남 논산-계룡-금산) 의원도 18일 정치 시작 후 다섯 번째 탈당을 하며 ‘반드시 출마’를 선언했다. 이 의원은 자유선진당 입당보다는 무소속 출마에 무게를 둔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낙천자 가운데 가장 적극적인 인사는 이상열(전남 목포) 의원. 그는 “반드시 나간다. 나의 낙천이 잘못됐다는 걸 선거 결과로 보여 주겠다”고 말했다.

동교동계 핵심 인사는 이날 통화에서 “박지원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출마결심을 굳혔다. 공식 의견 표시는 안 하더라도 ‘반드시 출마’로 보면 맞다”고 말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차남인 김홍업(전남 무안-신안) 의원은 “선거등록 당일까지 고민할 수 있다”며 출마 의사를 묻는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그는 “그렇다고 박 전 실장과 연계해 결정하거나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 보복

통합민주당 이근식(서울 송파병) 의원은 한나라당 후보를 돕겠다고 선언해 ‘친정 복수’를 선택했다.

이 의원은 낙천 직후 탈당했고 19일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내가 추진하던 지역사업을 완성하려면 여당 의원이 필요하다”는 이유를 들며 “선거 캠프 직원들이 한나라당 후보를 돕기로 했다”고 말했다.

○ 대리전

서울 중구에 자유선진당 후보로 출마를 선언한 신은경 후보는 한나라당 박성범 의원의 아내다. 박 의원의 한나라당 공천이 실패하자 아내가 대신 나선 것.

박 의원은 이날 탈당을 밝히는 보도자료를 내고 “전략공천이라는 미명하에 아무런 지역 연고도 없는 인물을 서울 중구에 내정한 공천심사위의 결정에 재심을 청구했으나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이제 자연인으로 돌아가 이번 총선에 자유선진당 중구 후보로 출마하게 된 아내를 돕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는 “남편 된 도리로서 아내를 돕는 것 이외에 특정 정당에 입당하는 등의 정치행위는 현재로서는 생각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 승복

한나라당 김재원 의원이 공천 탈락 소식이 전해진 직후 불출마를 선언하며 “깨끗이 승복한다”고 발표한 이후 한나라당에서는 불출마를 선언하는 의원이 늘고 있다.

19일 하루 동안 공천에서 탈락한 이성권(부산 부산진을) 이재웅(부산 동래) 김석준(대구 달서병) 김양수(경남 양산) 정문헌(강원 속초-고성-양양) 안택수(대구 북을) 의원 등이 공천 심사 결과를 수용하고 18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한나라당 이성권 의원은 “아무리 납득이 안 되는 공천이라 해도 당에 칼을 들이댈 수 없다”며 “개인적 영달보다 전체적 이익을 위해 뛸 것이며 더욱 당당한 이성권이 돼 돌아올 것”이라고 밝혔다.

이재웅 의원은 “공천 결과에 울분과 고민도 많았다”면서도 “이런 불합리와 잘못이 있더라도 모든 것이 한 시대의 도도한 흐름이라 생각하면서 공천 결과를 수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통합민주당 정균환(전북 고창-부안) 최고위원은 “내가 통합시킨 당이 나를 탈락시켰다. 잘못된 결정이지만 수용하겠다”며 공심위 결정에 승복했다.

신중식(전남 고흥-보성) 의원은 “호남지역에서 무소속 출마로 당선되기란 참 어렵다. 당의 결정에 따르겠다”고 말했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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