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된 4선의 김무성(57·사진) 의원은 아직도 한나라당 시절 명함을 가지고 다닌다. ‘한나라당 최고위원’ 글자 위에 어설프게 화이트로 덧칠해 놓았지만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봐도 지운 글자가 보인다.》
공천에 탈락해 쫓겨나다시피 당을 떠난 뒤 ‘정치적 죽음’의 문턱을 넘나들면서도 “살아서 당으로 돌아가겠다”는 다짐 때문이었을까. 그는 “마음은 한 번도 한나라당을 떠난 적이 없었다”고 말한다.
김 의원은 총선을 거치면서 ‘큰 정치인’으로 성장했다. 그의 공천 탈락은 친이명박계의 친박근혜계 ‘공천 학살’의 상징이 되기도 했다. 그는 무소속으로 출마해 영남권에서 ‘박근혜 바람’을 몰고 다녔다. 영남권 한나라당 후보들에게 그는 ‘저승사자’와 비슷한 존재였다. 공천 탈락 직후 “살아 돌아오겠다”고 공언한 대로 그는 당선됐고, 한나라당의 복당 허용 방침에 따라 돌아갈 예정이다.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김 의원은 먼저 낙선한 한나라당 후보들에게 미안한 마음부터 밝혔다. 그는 “공천 잘못 때문이기는 하지만 결과적으로 같은 식구들끼리 상처를 주게 돼 마음이 무겁다”며 “복당하면 그분들과 이명박 정부의 성공을 위해 함께 일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PK(부산 경남)의 맹주가 됐다는 말도 있다’는 얘기에는 “분수를 알고 운명에 맞게 목표를 정해 살겠다”고 했다.
그러나 김 의원을 두고 ‘한계가 분명한 정치인’이라는 평가도 적지 않다. 1987년 통일민주당에 참여하면서 정치에 입문한 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 씨와 가깝게 지내면서 구설에 오른 탓에 ‘구시대 정치인’ 이미지가 씌어 있다. 이번 공천 탈락으로 ‘희생자’로 비치면서 그런 이미지가 다소 희석됐다는 분석도 있다.
18대 국회의원으로서 그의 목표는 두 가지다. ‘이명박 정부의 성공’과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다. 그는 “이명박 정부가 성공하지 못하면 한나라당이 실패하고, 당이 실패하면 박근혜 전 대표도 대권 꿈을 이룰 수 없다”는 논리를 폈다.
‘박 전 대표 총리설’에 대해 그는 “이명박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라면 몸을 던져야 한다”고 했지만 ‘김무성 총리설’에 대해서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김 의원은 “역대 정권이 실패한 것은 준비가 덜 됐기 때문이다. 박 전 대표가 집권 이후에도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있도록 준비하는 일을 하겠다”고 말했다. ‘왜 박 전 대표를 지지하느냐’는 질문에 “애국심이 남다르다. 약속을 목숨처럼 소중히 여겨 신뢰할 수 있는 정치인이다. 요즘 시대에 박근혜가 돋보이는 이유다”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최근 한 친박 성향의 포럼 강연에서 “박 전 대표가 더 유연해져야 하고, 더 재미있는 정치인이 돼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발언했다. 박 전 대표는 볼 때마다 쓴소리를 해대는 김 의원을 다소 부담스러워 하기도 한다.
지난해 대선 후보 경선 당시 박 전 대표 캠프에서는 김 의원을 두고 “모든 일을 정치공학적으로 접근한다. 박 전 대표의 정치 스타일과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김 의원은 “내가 말을 거칠게 하니까 품위 있는 박 전 대표가 놀라는 거지…”라며 너털웃음을 지으면서도, 박 전 대표를 정치적으로 업그레이드시키는 역할을 맡겠다고 다짐한다.
‘박근혜 킹 메이커’ 역할을 자임한 김 의원의 정치생명은 그가 조타수 역할을 할 ‘박근혜호(號)’의 운명과 함께할 수밖에 없게 됐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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