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력정치인 입법파워
여야를 막론하고 유력 정치인들은 법안 발의 횟수가 저조한 편이다.
중진들이 법안 발의를 하거나 공동발의 법안에 찬성하면 자칫 당론으로 오해받을 수도 있지만 이들의 입법 활동은 그리 활발하지 않다.
동아일보가 연세대 사회학과 염유식 교수팀과 분석한 의원입법 네트워크에서도 이들 의원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독자적으로 법안을 발의한 사례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료 의원들에게 중진 의원의 서명은 법안 통과를 보장하는 ‘보증 수표’로 통하기도 한다. 중진 의원 서명 자체가 법안 추진력에 힘을 실어주는 예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통계에서도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난다. 18대 국회 전체 법안의 통과율은 11.3%. 유력 정치인이 발의하거나 서명한 법안은 이보다 5%포인트가량 높은 16.7%다.
중진 의원들이 서명한 법안을 통해 공동발의자의 인적 네트워크를 추적했다.
6선으로 국회부의장을 지낸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은 18대 국회 개원 이후 당내 의원의 공동발의 5건에만 공동 발의자로 서명했다. 대표발의는 한 건도 없었다.
이 의원에게 서명을 받아낸 의원은 대구 출신의 친박근혜계 4선인 박종근, 부산 경남지역의 친박계 핵심인 김무성, 고향 후배인 이병석, 이철우 의원이었다. 박 의원이 발의한 대구유니버시아드 지원 특별법을 대구 경북지역 의원들이 끈질기게 설득한 결과라고 한다.
역시 6선인 같은 당 정몽준 최고위원은 대표발의 1건과 공동발의 11건에 참여했다. 정몽준계로 분류되는 안효대 전여옥 의원을 비롯해 친이명박계인 박순자 의원, 친박계인 진영 의원 등이 서명을 받았다. 대부분 한나라당 소속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 서명했지만 특정 계파에 치우치지는 않았다.
4선인 박근혜 전 대표는 4건의 법안을 대표발의하면서 공동발의에 8번 서명했다.
김무성 박종근 진영 안홍준 이정현 의원 등 주로 친박계가 박 전 대표의 서명을 받았다. 친이계 의원으로는 대구 출신 이명규 의원이 포함됐다. 박 전 대표의 소속 상임위인 보건복지가족위원회 위원장인 자유선진당 변웅전 의원이 들어간 게 눈에 띈다.
그러나 친박계라고 해서 박 전 대표의 서명을 쉽게 받아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박 전 대표 측은 “법안 서명을 하기 전에 법안의 타당성과 정부 부처가 동의하는지 등을 꼼꼼히 따진다”면서 “곧바로 서명해주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1건의 대표발의와 28건의 공동발의를 했다. 정 대표가 찬성한 법안의 대표 발의자는 대부분 민주당 의원이었다.
그러나 한나라당 진영,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도 정 대표의 서명을 받았다. 진영 의원의 법안은 정 대표의 지역 기반인 전북의 ‘새만금사업 촉진을 위한 특별법’, 박선영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사형폐지법’이었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는 공동발의한 25건 중 24건이 선진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이었다. 나머지 한 건은 한나라당 김무성 의원의 납북자 관련법이었다.
자유선진당 당직자는 “이 총재는 당론으로 정해진 것에는 공동발의해 힘을 실어주지만 그 외엔 찬성 동의를 하지 않는다”며 “다른 당 의원들이 서명을 받으러 오는 예도 아주 드물다”라고 말했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권혜진 기자 hj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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