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정병국 의원(경기 양평 가평·사진)의 명함에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가 함께 새겨져 있다. 시각장애인에 대한 정 의원의 이 같은 관심은 5년 전 시각장애인의 날 행사에서 점자책을 낭송하는 시각장애인을 본 후 시작됐다. 그 무렵 국내에서 발행되는 점자도서의 수가 너무 적고 시각장애인들이 찾을 수 있는 도서관도 턱없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정 의원은 23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점자도서는 일반도서의 0.1%에 불과하며 지난해 전국의 점자도서관을 이용한 시각장애인은 0.2%에 그쳤다”며 “책 읽기가 불편한 ‘독서장애인’에게는 이들만을 위한 도서관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37개 점자도서관은 모두 민간이 운영해 장애인들이 이용하기에 불편한 점이 많았다. 이 때문에 정 의원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독서장애인’ 도서관을 신설할 필요성을 느꼈다. 시각장애인이라면 누구라도 쉽게 이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그가 20일 ‘독서장애인도서관 진흥법’을 국회에 제출한 이유였다.
정 의원이 제출한 법안은 장애인도서관에 독서장애인 사서와 점역교정사, 점자교육사, 음성도서제작사 등을 두도록 하고 있다. 이와 함께 누구든지 독서장애인을 위한 특수 자료를 내면 이 자료는 반드시 국립장애인도서관에도 제출하도록 했다. 또 문화관광체육부는 장애인도서관 진흥위원회를 두고 5년마다 도서관 진흥을 위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
정 의원은 “특수 시설이 필요한 독서장애인을 위한 배려는 국가의 의무”라며 “이 법이 통과되면 시각장애인이 점자책을 좀 더 쉽게 접할 수 있고 중증장애인들도 책을 읽을 기회가 늘어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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