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해야 하나 된다]본보 후원 서부전선 걷기 행사
탈북-국내외 대학생 43명 참가… “미래 위해 분단 극복” 굵은 땀방울
서울에서 차로 1시간 반 만에 도착한 민간인 출입통제선(민통선) 안 경기 김포시 시암2리 마을회관. 사단법인 물망초 주최로 열린 ‘2014 대학생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 통일 발걸음’ 행사 참가자들은 11일 이곳에서 서부전선 최북단의 철책을 따라 걷는 34.4km 여정을 시작했다. 동아일보가 후원한 이 행사에는 탈북 대학생, 한국 대학생, 한국에서 유학 중인 외국인 학생, 해외 유학생 등 43명이 참가했다.
걷기 시작한 지 3km여. 40분 남짓 걸었을 뿐인데 벌써 철책 너머 DMZ 역할을 하는 한강 하구 저편에 북한의 산과 들이 나타났다. 북한에서 온 조순범(가명·23·한양대) 씨의 가슴속 깊은 곳에서 뜨거운 감정이 솟구쳤다. ‘내가 태어난 나라구나. 이렇게 가까운 줄 모르고 살았다. 가까우면서 이토록 먼 곳….’
최북단 철책을 앞에 두고 잠시 쉬는 참가자들에게 물망초 박선영 이사장이 “통일은 무엇인지” 물었다.
“통일은 필수다!” “통일은 행복이다!” “통일은 소통과 나눔이다!” “통일은 쌍무지개다!” “통일은 치유다!” 저마다 큰소리로 외치는 사이 한 참가자의 말이 이목을 끌었다.
“통일은 막걸리다!”
물망초에서 자원봉사로 탈북자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미국인 에린 그로매스 씨(24)였다. 그에게 ‘왜 막걸리인지’ 물었다. 재치 있는 답이 돌아왔다. “내가 막걸리를 정말 좋아한다. 한국뿐 아니라 북한의 각 지방을 대표하는 막걸리를 가져와 남북 주민들이 한데 어우러져 마시며 즐길 수 있는 것, 그것이 통일이다.”
다시 걷다가 잠시 쉬면서도 통일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가 곳곳에서 이어졌다.
탈북 대학생 정선영(가명·36·인하대) 씨는 “북한에선 유치원 때부터 통일 얘기를 하지만 한국 사람들이 생각하는 통일과 다르다. 미제로부터 남조선 인민을 해방시키자는 것이다. 남북이 소통하고 교류하며 통일에 대한 생각을 맞춰가는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 대학생 김근영 씨(25·연세대)는 “남북이 문화와 경제 교류를 많이 해야 통일이 됐을 때 서로 잘 이해할 수 있다”며 공감했다.
탈북 대학생 김지현(가명·25·국민대) 씨는 “한국의 젊은이들이 ‘지금 잘살고 있으니 통일은 내 알 바 아니다’라며 무관심한 모습을 보이면 슬프다”고 말했다. 해외 유학생 장세민 씨(23·런던대)는 “자라온 배경은 다르지만 통일의 미래를 함께 짊어질 세대라는 점은 같다”고 말했다.
따가운 햇살에 이날 철책을 따라 걷는 참가자들의 숨소리는 거칠었다. 땀도 비 오듯 쏟아졌다. 하지만 ‘통일 발걸음’만큼은 가벼웠다. 행사는 15일까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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