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 풍향계, 이들]⑥손학규 vs 정세균
당대표 출신-대선경선 쓴맛 공통점
孫 재보선 출마-丁 당권 재도전 관측… 지방선거 이후 각자 색깔 드러낼듯
민주당 손학규(67), 정세균(64) 상임고문은 공통점이 있다. 2003년 열린우리당 창당 이후 당 대표를 두 번 이상 맡았고, 2012년에는 당 대선후보 경선에 나섰다가 나란히 고배를 마셨다. 2017년 대선이 대권 주자로서의 꿈을 펼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무대라는 점도 닮았다. 하지만 두 사람을 따르는 당내 계파의 성향은 매우 다르다.
손 고문은 원외(院外)지만 여전히 원내 의원 10여 명의 지원을 받고 있다. 2010년 당 대표 시절 보좌했던 인맥과 경기도를 비롯한 수도권, 그리고 호남 일부 인맥이 축을 이루고 있다. 서울대 정치학과 후배인 신학용 의원이 비서실장 격이다.
손 고문은 지난해 말 독일 연수를 마치고 귀국해 정치 행보를 재개했다. 그러나 차기 대권 도전에 대해서는 아직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지난달 말 싱크탱크인 ‘동아시아미래재단’ 행사에서 “문재인 의원이 대선 재도전 의사를 밝혔는데 초조하지 않으냐”는 질문을 받자 “지금 우리가 할 일은 국민이 어려워하는데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먼저 생각하는 것이다. 그게 도리”라며 문 의원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최근 분권형 개헌의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정책 노선의 변화 가능성을 내비쳤다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측근들은 “분권형 개헌 전에 독일식 다당제가 선행돼야 한다”며 지금 개헌 추진엔 부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손 고문은 6·4지방선거 이후 7월 재·보궐선거에 뛰어들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관측이 많다. 원내 복귀를 해야 대선 행보에 탄력이 붙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의원직을 상실한 신장용 전 의원(민주당)의 지역구(경기 수원을)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손 고문 측은 재·보선 출마설에 공식 언급을 피하고 있다.
정 고문은 범친노(친노무현)계로 분류된다. 친노 및 486 인사들, 그리고 서울 종로로 지역구를 옮기기 전 내리 4선을 한 전북 지역 의원들과 가깝다. 정 고문은 최근 동아일보 기자를 만나 2017년 대선 재도전과 관련해 “지금은 당을 먼저 살릴 때”라면서도 “시작이 반 아니냐. (2012년 대선후보 경선에 출마해) 성과는 미미했지만 한번 시작했으면 계속 가야 한다”고 가능성을 열어 놨다.
정 고문 주변에선 정 고문이 일단 지방선거 이후로 차기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많다. ‘정세균계’라는 인물 중심의 계보로만 보면 소속 의원이 가장 많다는 평가가 있고, 정 고문도 다시 대표가 돼 당의 기반을 다진 뒤 차기 대선으로 나가는 길을 선택할 것이란 시나리오다. 민주당 관계자는 “지금은 정 고문이 비노계로 분류되는 김한길 대표가 하는 일에 별다른 쓴소리를 하지 않고 있지만 지방선거가 가까워지거나 끝나면 자기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결국 손, 정 고문은 지방선거 이후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낼 개연성이 크다. 김 대표는 물론 친노의 좌장인 문 의원과 밀고 당기는 수 싸움을 벌일 것이다. 하지만 손, 정 고문에 비해 상대적으로 젊은 박원순 서울시장, 송영길 인천시장, 안희정 충남지사는 ‘다크호스’다. 이들이 재선에 성공하면 손, 정 고문의 입지는 위축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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