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곤 서울시립대 교수 “산사태 방지대책 함께 지원해야 효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14일 03시 00분


[나무 한 그루, 푸른 한반도]
“산림 황폐화로 집중호우에 취약… 대규모 인명-농작물 피해 가능성”

“북한 나무심기의 성공을 위해서는 체계적인 산사태 방지대책이 병행돼야 합니다. 남측의 전문지식과 기술 등을 적극적으로 북한에 제공할 필요가 있습니다.”

산사태와 절개지 붕괴방지 전문가인 이수곤 서울시립대 교수(사진)는 13일 “산사태는 인명 손실은 물론이고 경작지 매몰로 농작물에도 큰 피해를 입힌다. 북한의 식량부족 해소를 위해서도 산사태 피해 대책 수립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통일부 자료에 따르면 1995년 대홍수로 인해 북한에서 사망·실종 69명, 주택손상 9만6000가구의 피해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이른바 ‘고난의 행군’도 시작됐다. 2006년 수해 때도 사망·실종이 150여 명(주택손상 3만6000가구)에 이른다. 2007년에는 그 수가 600여 명(주택손상 24만 가구)으로 늘었다. 인적 피해가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다. 2007년에는 농경지 침수도 약 20만 정보(약 1983km²·약 6억 평)에 달했다.

이런 수치는 북한의 공식 발표를 토대로 한 것이어서 실제 피해는 이보다 훨씬 클 것으로 추산된다. 데이비드 페틀리 영국 더럼대 교수(국제 산사태 연구소장)는 상업위성 사진을 토대로 “북한 발표와 달리 2006년 수해로 인한 인적 피해가 수천 명에 달할 것”이라고 국제지질학회에서 발표했다. 북한은 지난해 7월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지시로 국가적 역량을 총집결해 건설하던 마식령 스키장에서도 대규모 산사태가 발생해 개장에 차질을 빚은 바 있다. 사실상 북한에서 산사태 안전지대란 없는 셈이다.

이 교수는 “산림 황폐화로 집중호우 등 기상이변에 취약한 북한에서 이달 초 아프가니스탄에서 발생한 것과 같은 대규모 산사태(최소 500명 사망, 2000명 실종)가 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며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이 교수는 “올해 11월 서울에서 ‘국제학회 공동 산사태 기술위원회(JCT-1)’ 주관으로 ‘국제 산사태 워크숍’이 개최된다. 여기에 북한 전문가를 초청해 지식과 경험 공유의 기회로 삼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16개국의 산사태 전문가 20명으로 구성된 JCT-1은 지난해 11월 서울 워크숍에서 ‘북한 전문가 초청’을 결의했다. 그는 “남북한이 기상정보와 산사태 정보 교류를 협의하고 국제 전문가의 기술지원까지 받을 수 있다면 한반도의 자연재난은 획기적인 감소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곧 초청장 발송 등 실무 절차를 밟아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임도(林道) 등 절개지 관리부실로 산사태가 반복됐던 한국의 경험이 ‘다락밭’ 개간을 위해 산을 깎아내린 북한에도 적용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통일부 등 관련부처에 취지를 설명하고 답변을 기다리는 중이다.

이 교수는 “부친(고 이정환 전 국립지질광물연구소장)이 박정희 정부에서 ‘민둥산에 숲을 가꾸려면 나무 땔감을 대신할 무연탄 개발이 병행돼야 한다’고 건의해 산림녹화 사업의 단초를 제공했듯이 북한 나무심기도 체계적인 접근법으로 추진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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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북한 나무심기#산사태 방지#산림 황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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