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경필 경기도지사(51)는 최근 또 한 명의 인재를 도정에 끌어들였다. 취업 포털의 대명사인 잡코리아 김화수 전 대표다. 이달 여소야대인 경기도의회의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면 김 전 대표는 남 지사의 역점 사업인 경기도 일자리재단 초대 대표를 맡게 된다. 도 산하 공공기관장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남 지사의 정치 실험인 ‘여야 연정(聯政)’의 합의 사항이다.
남 지사는 14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나인 투 식스’(오전 9시∼오후 6시)만 일하고 매일 저녁 대한민국의 미래를 변화시킬 혁신가를 만나 얘기를 듣는다”고 말했다. 직접 대화를 나눠보고 비전이 공유되면 “함께 일해보자”고 제안한다는 것이다. 대선을 염두에 둔 인재 확보 아니냐는 일각의 시각에 대해선 “사람이 일하는 것”이라며 “대한민국의 기준인 경기도를 리빌딩(재건)하면 대한민국을 리빌딩할 수 있다”는 말로 대신했다.
그렇게 남 지사와 함께하는 대표적 인물이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경기도 온라인 공개강좌사업(G-MOOC) 추진단장),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경기도스타트업캠퍼스 초대 총장), 이영조 경희대 교수(경기연구원 이사) 등이다. 자문기구인 ‘경기도 혁신위원회’에 참여한 사회, 문화, 과학계 등의 국내외 인사까지 포함하면 남 지사의 인재풀은 만만찮다.
새누리당이 20대 총선에서 참패한 뒤 유력 대선 주자들이 상처를 입은 상황에서 남 지사의 주가는 높아지고 있다. 당초 그는 ‘차차기감’으로 거론됐으나 당내에선 ‘조기등판론’이 제기된 예비 주자 가운데 “가장 의지가 높은 인물”이라는 말도 나온다. 남 지사는 ‘정치인으로 대통령 한번 해보는 게 꿈’이라는 그간의 발언에 대해 “언젠간…”이라며 여운을 남겼다. 다만 “지금으로서는 경기도 리빌딩이 과제다. 성과로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남 지사도 총선 직후 갑작스럽게 대선 주자로 거론된 것을 부담스러워 했다고 했다. 10여 년간 교분을 나눈 한 원로가 “상황이 그렇게 만든 것이니 받아들이라”고 조언했지만 “시간이 얼마 안 남았는데…” 하며 걱정했다는 것이다. 남 지사는 대통령을 ‘맨발로 작두날 위를 걷는 사람’이라고 비유했다. 그만큼의 결기와 각오가 있어야 한다는 뜻이었다. 자신에 대해선 “작두까지는 아니더라도 외줄 위는 걸었다. 국회의원, 도지사까지 20년간 그렇게 살았다”고 말했다.
남 지사는 경기도를 무대로 다양한 콘텐츠와 경험을 쌓아가고 있다. 정치적으로는 ‘연정’을, 경제적으로 ‘공유적 시장경제’를 내세워 집권 구상을 실험 중이다.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연정은 정치권의 시대적 과제가 된 ‘협치(協治)’의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전반기에는 행정1·2부지사, 사회통합부지사(정무) 등 총 3명의 부지사 중 사회통합부지사를 더불어민주당 몫으로 배정했다. 후반기에는 무보수 명예직으로 ‘지방장관’을 신설해 야당 인사가 도정 의사결정에 직접 참여하게 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후반기에는 ‘일자리 창출’에 중점을 둘 예정이다. 남 지사는 “정치권의 모든 화두는 ‘좋은 일자리’로 귀결돼야 한다”며 “정치개혁도 공정사회도 궁극적인 목표는 국민 행복이고, 이를 위해서는 좋은 일자리가 해법”이라고 말했다. 경기지역 중소기업의 판로 개척과 마케팅을 전문적으로 지원할 ‘경기도주식회사’(가칭)나 국내 최대 규모의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육성 기관인 경기도스타트업캠퍼스, 경기도일자리재단 등이 이를 위한 ‘수단’이다.
남 지사는 ‘남원정(남경필 원희룡 정병국)’으로 불리던 원조 소장파 출신이다. 당내 일각에선 당시 ‘입으로만 개혁을 말한다’는 비판도 있었다. 남 지사는 과거 이런 지적에 대해 “국민들은 말을 앞세운 정치에 많이 속았다”며 “말이 아니라 성과가 중요하다. 일로써 보여주겠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의 현 상황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남 지사는 “국민께서 ‘이대로 가면 정권 재창출은 어림도 없다’고 한 건데 혁신비상대책위원회도 변화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당대회를 참패의 원인과 해결책을 내놓는 혁신의 출발점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다만 개혁보수로서 정계 개편의 한 축이 될 가능성에는 “‘깨진 바가지’(새누리당)에는 더 담을 수도 없으니 뛰쳐나가려는 관성이 작용한다는 게 일반론”이라며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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