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교부가 청약가점제를 일부 보완한 것은 국민이 청약가점제에 대해 느끼는 혼란이 크다는 점을 시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청약자들은 “부적격자를 일부 구제하는 보완책으로는 청약가점제 시행에 따른 혼란을 막기에 부족하다”며 “수요자들이 쉽게 청약할 수 있도록 제도를 근본적으로 바꿔라”고 요구하고 있다.
청약가점 계산에서 수요자들이 느끼는 큰 부담 중 하나는 인터넷 청약 때 자동으로 계산되는 ‘청약통장 가입 기간’을 빼고 ‘무주택 기간’과 ‘부양가족 수’를 본인이 직접 계산해 기입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점수 계산이 이만저만한 수수께끼 풀이가 아니다. 사례를 하나 들어 보자.
주거용 오피스텔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은 유주택자일까, 무주택자일까.
답은 무주택자다. 청약가점제하에서 오피스텔은 주거용이든 사무용이든 무주택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무허가 건축물을 소유하고 있지만 재산세를 내는 사람은 어떻게 봐야 할까. 답은 유주택자다. 무허가 건축물 소유자는 재산세를 내면 유주택자, 그렇지 않으면 무주택자로 본다.
주택 소유 여부를 따지는 게 이 정도인데 청약자 개개인의 복잡한 주거 상황을 점수로 나타내기는 훨씬 난감할 것이다.
이 때문에 부동산 전문가들은 정부가 부적격 당첨자를 가릴 때 사용하는 행정전산망을 청약자가 점수를 계산할 때도 이용할 수 있도록 일부 개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청약자 본인이나 가구원의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해 주택 소유 여부나 기간, 부양가족 수 등이 자동으로 산출되도록 전산시스템을 개방하면 최소한 ‘양심적인 부적격자’가 나오는 일은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청약가점제 혼란의 근본 원인은 정부가 부동산 투기를 막는다며 갖가지 규제를 양산해 관련 제도를 암호문처럼 만든 탓이다.
정부는 청약가점제를 도입하면서 “세부 주택형(평형)별 당첨 커트라인을 공개하면 아파트별 서열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황당한 논리를 내세웠다가 거센 반발을 초래한 바 있다.
국민의 불편보다는 기계적인 규제에 익숙한 게 정부의 현주소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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