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언제가 ‘바닥시세’인지 가늠하기는 전문가들조차 쉽지 않다.‘어느 지역에서 살 것인가’, ‘새 아파트를 분양받을 것인가, 기존 아파트를 살 것인가’도 신(神)이 아닌 이상 ‘콕 찍어 주기’가 어렵다. 그런데 주택시장의 현실을 보면 무주택자들의 고민은 더욱 깊어진다.
미분양 아파트가 사방에 널려 있는데도 새로 분양하는 아파트의 가격은 속시원하게 떨어지지 않고 있고, 집값이 약세라고 하지만 막상 집을 사려고 중개업소에 가보면 기대만큼 싼 매물을 찾기가 쉽지 않다. 하반기 주택시장을 전망하면서 주택 매입 전략을 알아보자.》
일단 ‘값싼 아파트’에 초점맞춰 투자 검토를
○ 일단은 ‘방어적’으로 가자
부동산 전문가들은 요즘 주택시장을 진단할 때 “거시경제 변수를 먼저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경기침체 속에 물가가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집을 사는 데도 경제상황을 주요 변수로 고려해야 한다는 얘기다.
특히 ‘정책’과 ‘금리’ 등 주택시장의 양대 변수가 하반기 주택시장에는 ‘악재(惡材)’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부동산 규제가 완화될 것이란 기대가 여전하지만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에 발목이 잡혀 민감한 부동산 규제 문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다수 전문가들은 하반기에 핵심 규제가 풀릴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대출 금리가 최근에 크게 오르자 수요자들은 ‘비용 증가’와 ‘수익률 하락’에 직면하고 있고, 주택 매수 심리도 더욱 위축되고 있다. 2002년부터 2006년까지 집값이 크게 오른 이유가 ‘저금리’와 ‘과잉 유동성’이었다는 점을 되짚어보면 고금리가 주택시장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을 쉽게 가늠해볼 수 있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사장은 “하반기는 규제 완화를 통해 시장기능을 회복해야 한다는 ‘이상론’과 규제가 완화되면 집값이 불안해질 수 있다는 ‘현실론’ 사이에서 정부와 국민이 많이 고민하는 시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부사장은 “경제상황이 더욱 악화돼 스태그플레이션이 현실화하면 급매물이 쏟아지는 등 주택시장도 크게 경직될 수 있기 때문에 수요자들은 ‘최악의 경제상황’을 염두에 두고 ‘방어적’인 매입 전략을 짜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 싼 주택 위주로 선별 매입 필요
경제상황이 유동적이기 때문에 주택 매입 전략도 기본적으로는 ‘보수적’으로 짤 필요가 있다. 집값이 앞으로 더 떨어질 것으로 보거나 집을 살 때 대출을 지나치게 많이 안고 사야 하는 수요자라면 주택 매입 시기를 미룰 수도 있다.
반면 앞으로 급격한 경기후퇴는 없고, 집값이 약간 오르거나 현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보는 수요자라면 ‘저점 매수’의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
단 침체기인 만큼 ‘가격’을 최우선 기준으로 삼아 ‘싼 주택’ 위주로 구매하는 게 좋고, 수요가 많고 환금성이 좋은 ‘도심 역세권 소형 아파트’나 수요자에게 인기가 많은 수도권 유망 택지지구 등을 매입 대상으로 고려하는 게 안전하다.
특히 평소에 자녀교육 등을 이유로 ‘강남 입성’을 노려 온 실수요자라면 ‘강남권이나 목동’ 등 서울권 ‘버블세븐’의 아파트를 시세보다 싸게 매입하기 좋은 때라는 평가도 있다. 이 지역들은 작년 초부터 2년째 집값 조정을 받고 있어 고점(高點)과 비교해 20% 정도 가격이 낮기 때문이다. 최근 값이 많이 오른 노원구의 중형 아파트가 5억 원대인 데 반해 서초구 반포동 등에 있는 중형 아파트가 7억∼8억 원으로 가격차가 과거보다 많이 좁혀진 점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
광교나 판교신도시 등 유망 택지지구는 청약 수요가 많은 데다 청약가점이 높아야 당첨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눈높이를 조금 낮추는 것도 ‘내 집 마련’ 시기를 앞당기는 방법이다. 분양 당시 청약경쟁률은 높았지만 미(未)계약분이 있는 택지지구나 대단지 민간 아파트는 앞으로 주택경기가 나아지면 집값이 강세를 띨 가능성이 있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