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매물 찾기가 어려운 곳이 늘면서 전세난이란 말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전세금이 오름에 따라 집값도 덩달아 오르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늘었다. 과연 그럴까? 전세 물건 부족 현상이 극심했던 과거의 전세난과 비교해보면 알 수 있다.
최근 10년 중 대표적으로 전세난이 나타났던 때는 2001년이다. 전국적으로 극심한 전세 매물 부족 현상이 나타났고 서울 수도권의 아파트 전세금이 연간 22%나 오르는 등 매매가보다 전세금 상승률이 더 높았다. 외환위기 이후 급감한 주택 공급이 시차를 두고 입주 물량 부족으로 나타났고 서울의 재건축도 시작돼 수급불균형이 심화된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서울의 전세금 비중(매매가 대비 전세금 비율)이 평균 57.5%나 됐고 노원, 도봉구 지역의 전세금 비중은 평균 70%를 넘는 상황이었다. 전용 60m² 이하를 중심으로 서민들이 많이 찾는 중소형 전세금이 특히 많이 올랐다.
그러나 올해는 조금 달라 보인다. 서울의 입주 물량은 작년보다 줄었지만 경기 지역 입주 물량은 올해 10만 채가 넘어 수도권 전체적으로는 입주 물량이 크게 줄지 않는다. 전세금 불안의 대표적인 요인으로 꼽히는 수급 문제도 결국 지역별 편차가 크다는 말이다. 실제로 올 들어 아파트 전세금이 하락한 곳도 있다. 즉 전국적으로 전세 물량 부족, 전세금 급등이 일제히 나타나기보다는 국지적인 양상을 띠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올 들어 전세금이 급등한 강남권 아파트 시장의 경우 작년 하반기 급락 이후 회복한 것이 단기간 급등으로 나타난 점도 무시할 수 없다. 매매가 대비 전세금 비중도 크게 낮아졌다. 서울의 전세금 비중은 8월 현재 평균 35.5% 수준이다. 비교적 전세금 비중이 높은 서대문, 종로구 등지도 45% 안팎이고 노도강(노원 도봉 강북구)은 40%에 못 미친다.
과거처럼 전세금 비중이 높지 않아 매매 전환도 쉽지 않다. 주택 시장을 주도하는 규모도 달라졌다. 지난해 말 대비 8월 현재 서울의 아파트 전세금 변동률을 보면 99∼132m²(30∼40평형)가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전용면적 기준으로는 60∼85m² 이하가 상대적으로 많이 올랐다. 소득 수준 향상과 함께 전세 수요도 국민주택 규모 이상으로 이동한 것이다.
이처럼 2009년의 전세 시장 불안은 2001년의 전세난 때와는 여러 가지 면에서 다르다. 수요 시장의 질적 향상으로 주도 시장이 달라졌고 수급 문제는 국지적인 측면이 강하다. 전세금 비중이 낮아져 매매 전환이 과거보다 쉽지 않아 전세금 상승이 매매가에 미치는 영향 또한 과거 전세난에 비해 덜할 수 있다. 전세 수요자들은 수급 상황이 양호한 지역을 중심으로 하반기 입주 단지 정보를 꼼꼼히 챙기고 대출을 이용한 매매 전환에는 신중해야겠다. 집값 상승을 우려해 무리한 대출로 주택을 매입했다가는 금리 상승으로 불어난 이자 부담이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김규정 부동산114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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