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한 독자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본보가 지난달 26일자로 보도한 ‘불꺼진 부동산시장… 불붙은 버블논쟁’에 대한 것이었다. 이 기사는 전반적으로 부동산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든 가운데 이례적으로 집값 버블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 독자는 며칠 전 집을 부동산에 매물로 내놨는데, 매수자가 없어서 어려움에 처했다고 말했다. 안 그래도 거래가 실종된 마당에 여기저기서 버블 논란까지 나오고 있어서 원래 집을 사려고 마음먹었던 사람들도 매수를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 독자는 “집이 팔리지 않으니 계획대로 이사를 몇 개월째 못 가고 있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요즘 부동산시장에는 침체의 그늘이 겹겹이 쌓여 있다. 집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자산가치가 오르지 않는 데다, 가격을 싸게 내놔도 거래가 되지 않는다. 또 무주택자들은 집값이 장기 하락할지 모른다는 기대감에 집을 장만하지 못 하고, 전세금은 올라 주거비용만 늘어나고 있다. 이 와중에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보금자리주택 등 공공주택들은 경쟁률이 너무 치열해서 여기에만 목을 매는 것도 서민들에겐 기약이 없는 일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중개업소 중에는 지난 한두 달 안에 매매계약을 한 건도 하지 못한 곳이 부지기수라고 한다.
정부는 이처럼 부동산시장이 경색되면서 올해 2월로 종료된 양도소득세 감면 기한을 내년까지로 다시 연장하는 등 나름대로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큰 효과는 없을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집 있는 사람들이나 주택업계 관계자들은 이런 대책으론 한계가 있고 오히려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같은 제한을 파격적으로 풀어주길 기대하고 있다. 주택 수요자들에게 실질적으로 주택 매수 기회를 주고 투자심리를 호전시키는 것으로는 대출 규제 완화만큼 효과가 있는 것도 없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제안도 가뜩이나 가계부채 우려가 커진 마당에 정부에서 쉽게 들어줄 수 있는 일은 아니라는 것도 사실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대체로 “비록 침체에서 벗어나기 쉽지는 않지만, 집값의 단기 폭락 같은 충격 가능성 또한 희박하기 때문에 경기가 자연스럽게 올라오기를 좀 더 기다려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유럽 등 선진국 집값은 그야말로 폭락을 거듭했지만 한국만은 견고하게 버텼다. 특히 ‘버블 세븐’으로 불리는 핵심지역의 아파트 값은 경제위기 이전 수준을 ‘너무 이른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빠르게 되찾았다. 지금 부동산시장의 침체는 어떻게 보면 이 같은 빠른 회복의 대가를 치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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