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본보가 부동산 거래 실종의 심각성을 다룬 ‘집에 갇힌 대한민국’을 보도한 이후 독자들의 하소연이 쏟아졌습니다. 새 집을 분양받았지만 기존의 집이 팔리지 않아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는 사연부터 입주가 시작된 지 한참 지났지만 여전히 불 꺼진 아파트가 불안하다는 호소, 언제 집을 사야 하냐는 문의까지 내용이 다양했습니다.
부동산시장의 침체가 길어지면서 거래의 숨통은 좀처럼 트이지 않고 있습니다. 거래가 안 돼 이사를 가지 못한 가구가 상반기에만 4만 가구를 넘었고 입주물량이 늘어나는 하반기에는 10만 가구를 넘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구매심리가 위축되면서 주택가격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의 주택매매가격은 ―0.1%로 지난해 3월 이후 16개월 만에 하락 반전했습니다. 서울과 수도권은 각각 ―0.3%와 ―0.5%로 4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서울 강남3구(강남 서초 송파구)의 고가 아파트가 잇달아 경매에 나오는가 하면 저가 아파트들까지 경매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건설사들도 시장의 눈치를 보며 신규 분양 일정을 줄줄이 연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아직까지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달에는 정부가 발표 시점을 예고했던 대책이 무산되기까지 했습니다. 거래 활성화 방안을 요구하는 시장과 정치권의 목소리가 높아 조만간 대책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지만 정부 내 관련 부처간 이견은 여전히 좁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정부의 고민이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논란의 핵심인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완화할 경우 가계대출의 부실이 심각해질 수 있습니다. 다주택자 양도세 감면 시한 연장 등 각종 세제 대책이 거래 활성화에 효과가 있을지도 고민입니다. 자칫하면 간신히 잡은 집값이 다시 폭등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도 있는 것 같습니다.
집값 안정과 거래 활성화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묘안을 찾기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집값 상승에 대한 우려 때문에 지금과 같은 거래 빙하기를 계속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계속 거래가 침체되면 집 한 채만 가진 중산층의 삶이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시장에서는 심리가 중요하기 때문에 정부가 시장 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것이라는 신호를 줘야 합니다. 지금처럼 모두가 집값 하락이라는 한 방향만 가리키고 있는 상황에서는 어떤 대책을 내놓아도 거래가 살아나기 어렵습니다. 향후 집값 전망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엇갈릴 때 거래가 활성화될 수 있습니다. 이와 함께 2기 신도시와 보금자리주택 등의 공급조절 등을 포함해 주택시장 전반의 공급정책에 대한 종합적인 고민도 필요합니다.
아무쪼록 이번에는 실효성 있고 근원적인 대책이 나오기를 기대합니다. “더 이상의 대책은 없다”고 공언했지만 수혜대상이 너무 협소해 시장에서는 전혀 효과를 거두지 못했던 ‘4·23 거래 활성화 방안’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될 것입니다. 이제 집에 갇혀 옴짝달싹 못한다는 하소연이 들리지 않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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