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난에 시달리고 있는 인천시는 최근 금융회사 4곳으로부터 1900억 원을 차입하기로 하는 등 올해에만 4400억 원의 빚을 지게 됐다. 인천시는 2014년 인천 아시아경기, 도시철도 2호선 공사 등 돈 쓸 곳은 산더미처럼 많은데 세수(稅收)가 말라버려 직원들 월급 주기도 빠듯한 형편이다. 부동산 거래 실종으로 세수의 40%를 차지하는 취득세가 걷히지 않는 것이 결정타를 날렸다.
부동산 거래 실종의 부작용은 개인을 넘어 지방자치단체, 건설사, 건설 연관 업종, 영세자영업 등 밑바닥 경제 전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거래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수도권 지자체의 경우 지방세 수입의 30∼40%를 차지하는 취득세 수입이 말라버리면서 각종 사업을 접어야 할 처지다. 서울은 올해 1분기 주택 매매 등 부동산 관련 취득세 징수액이 505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867억 원)보다 26.5% 줄었다. 지난해 말로 취득세 50% 감면조치가 끝나 세수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지만 거래량이 반 토막 나면서 취득세 징수액이 오히려 감소했다.
각종 복지사업과 개발사업 등 예정됐던 것들을 접어야 해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에게 돌아간다. 경기도는 올해 4월 도청의 광교신도시 이전을 잠정 보류했다. 재정 상황 악화가 원인이었다. 도청 이전을 믿고 입주했던 주민들은 ‘7조 원대 사기분양’이라며 반발하고 있어 후폭풍이 우려된다. 건설업은 아예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시공능력평가 상위 100개 업체 가운데 35곳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이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대주단 협약 등으로 퇴출 공포에 떨고 있다. 주택시장의 불황을 플랜트 등 해외사업으로 메우고 있는 대형
건설업체들과 달리 주택 분양에 치중해 있는 중견 건설사들은 다른 수익원을 찾지 못해 서서히 고사하고 있다.
중견
건설사들이 흔들리면서 협력업체도 도산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지난달 법정관리에 들어간 풍림산업의 협력업체인 A사는 전국
4410개의 실내 건축업체 중 시공능력 80위권에 있는 탄탄한 기업이었지만 공사대금 23억 원을 받지 못해 지난달 23일 부도
처리됐다.
건설업의 붕괴 여파는 경제 전반으로 이어진다. 건설업 및 연관 산업 종사자는 3월 말 기준으로 236만
명(4인 가족 기준 944만 명)으로, 국민 5명 중 1명은 건설산업에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있다. 특히 부동산중개업, 이삿짐센터,
가구, 도배, 인테리어, 음식점 등 주로 서민층이 종사하는 자영업은 기반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부동산중개업소의 경우 올해 1분기 전국에서 4446곳이 문을 닫고 376곳이 휴업할 정도로 사정이 매우 열악하다.
이삿짐센터와 도배·장판업체들도 마찬가지다.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서 8년째 도배·장판 일을
하는 이모 씨는 “이사가 흔할 때는 한 달에 70∼80건씩 주문이 들어왔지만 3, 4년 전부터 공사물량이 줄어들어 지난달에는
30건도 못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전문가들은 밑바닥 서민경제가 더 악화되기 전에 주택 거래의 숨통을 틔워 줄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최민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정책연구실장은 “건설산업은 철강업, 중장비업, 가구업, 설비업 등
대부분의 업종과 연계돼 있으면서 생산과 고용유발 효과가 다른 제조업의 최대 2배 가까이에 이른다”며 “주택 거래가 계속 위축되면
내수경기 전반이 크게 침체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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