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영화감독이 된 주인공이 흘러간 영화의 키스신을 연속적으로 담은 옛 필름을 보며 추억에 잠기는 장면은 인상적인 명장면으로 꼽힌다.
이처럼 동일한 주제의 장면을 연속적으로 보여주는 것을 전문용어로 ‘비넷’기법이라고 한다.
최근 국내광고계에서도 비넷기법을 활용한 광고들이 시선을 끌고 있다. 짧은 시간 동안 빠른 화면전환으로 시청자의 눈길을 잡는 효과를 노리는 것.
서울우유(광고대행 금강기획)의 새 광고에는 계속 웃는 장면만 20컷이 연속적으로 나온다. 직장에서 가정에서 또는 친구들과 함께 있거나 혼자 있거나 이런 저런 사람들이 행복을 참을 수 없다는 듯이 웃어댄다.
이처럼 웃기만 하는 광고가 등장한 것은 역설적으로 현실이 즐겁지 않은 탓이다. IMF사태 이후 사라져가는 웃음을 새 봄을 맞아 되찾아보자는 뜻.
금강기획의 관계자는 “‘웃음은 전염된다’는 말에서 힌트를 얻어 이 광고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에이스침대(광고대행 LG애드)도 3년만에 박상원을 모델로 다시 기용한 광고를 재개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이 자는 모습을 비넷기법으로 선보였다.
할아버지 할머니부터 남편과 아내, 혼자 자는 여자, 아기 심지어 강아지까지 등장한다.
은은한 배경음악과 함께 박상원이 부드러운 음성으로 ‘침대과학’을 역설하며 편안한 취침을 강조.
촬영 도중 모델들은 피곤에 지쳐 침대 위에서 진짜 잠이 들기도 했는데 “침대가 너무 편해서…”라며 변명을 늘어놓아 스탭들을 웃겼다고.
원래 비넷기법은 뮤직비디오에서 많이 활용된다. 빠른 템포의 댄스음악이나 록음악의 리듬에 맞춰 비슷한 화면을 연달아 내보내는 것이다.
광고에서도 배경음악의 리듬과 화면의 변화가 맞아 떨어지는 것이 중요하다. 시각과 청각이 같은 주기로 변화해야 시청자의 무의식 속에 광고화면에 대한 인상이 강하게 자리잡기 때문이다.
〈김홍중기자〉kima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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