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신세대여성 사랑공식]"남자, 넌 내꺼야"

  • 입력 2000년 5월 30일 20시 05분


‘나도 사랑해, 동생.’

이동통신이나 음료 등 젊은 층을 주 타깃으로하는 광고에선 단순한 삼각관계나 연상의 여인을 사랑하는 남자 식의 ‘구태’는 소비자의 시선을 끌 수 없다. 대신 여교수가 남학생을 사랑하거나 여성이 연하의 남자를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등, 기존의 연애방정식과는 다른 여성주도의 사랑이 선보이는 추세다.

▼제자-동생친구에도 적극 대시▼

▽이모뻘도 애인이 된다?〓30대의 독신여교수(진희경 분)와 애틋한 감정을 나누는 남자 대학생(김정현). 그리고 그 사랑을 가로막으려 드는 여대생. 롯데칠성 커피음료 레쓰비의 ‘커피 스캔들’편이다.

N세대 남학생에 비해 여교수는 15년정도는 족히 나이가 많아 보이지만 그의 눈에는 단지 이성일뿐이다. “널 빼앗길 수 없다”는 여대생에 밀려 돌아서는 여교수의 눈빛이 처연하고, 남자는 안타까운 듯 “사랑한다고 말해봐요”하고 읊조린다.

이 광고를 만든 대홍기획의 박광식 제작팀장은 “연애와 사랑에서 모든 성역을 깨려고 하는 요즘 N세대들의 심리를 사실적으로 묘사하려 했다”고 말했다.

▽연애는 여자가 설계하는 것〓매일유업 까페라떼 광고에서는 남자(유지태)가 친구의 누나를 좋아한다. 그러나 “사랑해 누나”를 외치기도 전에 ‘귀여운 동생, 널 기다렸어’하듯 성큼 다가서는 누나.

SK상사의 스티커 폴라로이드 I-ZONE 사진기 광고는 여학생이 남학생을 ‘찍는’ 모습을 보여준다. 도서관에서 마음에 든 남자가 자리를 비운 사이 즉석 폴라로이드 사진기로 자신의 사진을 찍는 여학생. 남자의 휴대폰에 붙은 여자친구 사진 위에 자기 사진을 덥썩 붙이곤 “나 오늘 너 찍었어”하고 외친다.

그뿐 아니다. 이성에게 용서와 관용을 베푸는 존재도 여자다. 하이트 맥주 광고에서는 여자(전도연)가 남자와 싸운 후 자동차에 올라 돌아가다 다시 무언가를 결심한 듯 급하게 차를 후진시켜 폭우속에 서있는 연인을 안아준다는 내용.

▼여성주도 사랑 현실반영▼

▽왜 ‘여자의 연애’인가〓고려대 신방과 김광수 교수(광고학 전공)는 “연애 혹은 사랑이 뻔한 주제이긴 하지만 이만큼 시선 집중도가 검증된 것도 없다”고 말한다. 011 TTL광고 이후 이동통신 업체들에서 앞다투어 모호하고 난해한 광고들을 내세웠지만 별다른 반응을 얻지 못한 것도 이같은 ‘안전 운행’의 배경이 된 것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상투적인 사랑타령이 아니라 새로이 바뀐 연애관을 제시한다는 점은 주목할 만 하다.

한솔엠닷컴 광고에서 보듯 울부짖는 남자(차태현)에게 “내가 니꺼야? 난 어디든 갈 수 있어”하고 앙칼지게 외치는 여자(김민희)가 적어도 광고속에선 ‘오늘, 젊은 여성’의 현재진행형인 셈. ‘날 버리지 말아요’하고 애원하는 대신, 사랑에서도 자기자신을 우선시하는 강한 여성상이 늘어나는 현실공간을 반영하고 있다.

<조인직기자>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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