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에서 차용한 ‘액자 기법’을 쓴 광고가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다. 엉뚱한 이야기를 들려주다 불쑥 진짜 메시지를 ‘액자’에 끼운 듯 보여주는 광고들이다.
광고기획사 오리콤이 제작한 한솔엠닷컴의 ‘018 틴틴 러브레터 요금제’ 광고가 대표적. 광고 시작부터 줄곧 카메라는 한 젊은 여성(김효진)을 뒤따른다. 목소리만 등장하는 남자친구의 눈이 카메라를 대신한다. 액자소설이 주로 1인칭 관찰자 시점을 취하듯.
여자가 “넌 400번 보낼 수 있어?”라며 남자친구에게 투정을 부린다. 남자는 “양이 그렇게 중요해?”하며 여자친구를 나무란다. ‘도대체 무슨 얘길 하는거지’하는 의문이 길어지려는 순간 정류장에 서 있던 버스에 붙여진 한솔엠닷컴의 광고를 카메라가 잡는다. 주황색 바탕에 씌어진 ‘문자메시지 400건 무료 018 틴틴 러브레터’라는 문구.
한솔엠닷컴의 한성철 광고팀장은 “뚱딴지같은 이야기를 들려줘 실제로 벌어지는 일을 엿보듯 시청자의 관심을 끈 뒤 진짜 광고를 스쳐 보여주는 ‘액자’효과를 사용했다”고 설명. 효과를 강화하기 위해 광고로서는 드물게 움직이는 피사체를 카메라를 들고 따르며 찍는 ‘리얼 카메라 기법’을 써서 ‘거칠게’ 촬영했다.
굿모닝증권의 인터넷증권거래 사이트 ‘굿아이’ 광고도 유사한 기법을 쓰고 있다. 아리따운 여성의 펄럭이는 치맛자락을 아래쪽에서 올려다보는 남자의 얼굴은 얼빠진 듯한 웃음으로 점점 벌어진다.
“좀 실없는 친구 아냐”하는 느낌이 드는 순간, 카메라는 여자 모델의 뒷배경에 펼쳐진 굿아이의 대형 광고판을 보여준다. ‘여자의 착각’과 시선의 불일치를 통해 ‘피식’ 웃음이 나오게 하면서 전달해야할 내용은 전부 보여준다는 전략이다.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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