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초 동아건설을 비롯한 52개 퇴출기업 발표에 이어 금융권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서 은행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이에따라 은행권 광고경쟁도 한층 가열되고 있는데 전반적인 경기불황을 감안하면 은행광고가 부쩍 증가한 셈이다. 한미은행 관계자는 “최근 은행권 광고경쟁이 가속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면서 “TV에서 시작된 광고전이 신문광고로까지 확대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같은 은행권 광고전은 광고카피면에서 크게 양분화된다는 게 광고업계의 분석. 100조원이 넘은 대규모 공적자금을 지원받은 부실 대형은행들은 한결같이 ‘앞으로 잘 하겠다’고 다짐하는 방향으로 광고컨셉을 잡았다.
국민의 혈세(血稅)로 조성된 공적자금의 혜택을 누린 만큼 ‘실패한’ 과거와는 다른 밝은 미래를 국민 앞에 약속하는 성격이다.
경영정상화계획을 승인받아 독자생존이 결정된 외환은행과 조흥은행이 대표적인 사례. 외환은행은 ‘외환은행이 Clean Bank로 새롭게 출발합니다’라는 카피를 사용했으며 조흥은행 역시 ‘이제 든든함으로 돌려드리겠습니다’고 다짐했다. 생존여부가 불투명했던 상태에서 독자생존으로 결정나 다소 안도감을 되찾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여러 금융기관과의 합병을 통해 다시 태어나야 할 운명에 처한 한빛은행은 ‘한빛은행이 금융지주회사의 중심은행으로 새롭게 출발합니다’라는 말로 광고카피를 결정했다.
반면 JP모건과 칼라일그룹 등으로부터 4888억원의 대규모 납입자본금이 완료된 한미은행은 ‘good bank in korea’라는 표현으로 자신감을 맘껏 드러냈다. 공적자금에 의존하지 않고도 자본금 1조3000억원의 대형은행으로 발돋움했기 때문.
한미은행과의 합병이 유력하게 점쳐지는 하나은행 역시 도전적인 광고카피가 눈에 띈다. ‘보아라 은행아’‘뛰어라 은행아’‘피어라 은행아’ 등 마치 하나은행보다 뒤쳐진 은행들의 분발을 촉구하는 듯한 자극적인 문구를 통해 우량은행의 이미지를 부각시켰다는 평가다. 대규모 공적자금을 지원받고도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는 여타 은행과의 차별성을 강조한다는 컨셉. 하나은행은 또 ‘작지만 좋은 은행’으로 인식돼온 기존 하나은행 이미지를 ‘크고 강한 우량 선도은행’으로 바꾸는 기회로 삼고 적극적인 광고공세를 펼치고 있다.
뉴욕증시 상장과 2002년 월드컵 공식은행 선정의 경사가 겹친 주택은행은 뉴욕의 상징 ‘자유의 여신상’ 모델이 축구공을 들고 있는 장면과 함께 ‘뉴욕에도 활짝, 월드컵에도 활짝’이라는 밝은 카피를 선보였다.
<성동기기자>esp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