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졸업' 포스터 패러디…동성애자축제 자연스럽게

  • 입력 2000년 12월 4일 18시 24분


근 한 남성 연예인의 ‘동성애’ 사실 공개로 국내에서도 동성애에 관한 다양한 견해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보수적 견해들이 주류이지만 인정해야 한다는 지지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극단적으로 방송출연을 금지시켜야 한다는 강경론도 나왔다. 결국 그는 지역 민방의 1개 프로그램을 제외하곤 더 이상 TV에 얼굴을 드려내지 못하고 있다.

동성애에 관한 한 서양 사회는 동양에 비해 개방적이다. 공개적으로 큰 행사가 해다마 곳곳에서 열리며 행사를 알리는 광고도 쉽게 볼 수 있다. 노르웨이 오슬로의 동성애자 축제 광고가 대표적이다.

이 광고는 진지하게 접근하기보다는 그저 만나서 즐기는 그야말로 동성애자 축제를 보통 행사처럼 느껴지게 한다. 친근한 이미지를 살리기 위해 원작을 변형시키는 패러디 수법이 사용됐다.

패러디는 친근한 소재를 선택한 탓에 소비자에게 낯이 익지만 변화를 주면 낯설게 보이기도 한다. 여기에 패러디의 매력이 있는 것이다.

비판적 언급이나 풍자적 조소를 포함해야만 진정한 의미의 패러디라고 할 수 있는데 그 목적은 웃음이 아니라 비판에 즐거움이 아니라 공격에 있기 때문이다.

광고물은 영화 ’졸업’의 포스터다. 벤자민 역의 더스틴 호프만이 미세스 로빈슨의 유혹 앞에 서있는 장면이다. 그런데 다리는 그녀의 것이 아니라 양말을 신은 근육잡힌 남자의 것이다. 카피는 ’Gay Films’라는 헤드라인과 그 밑에 작게 처리된 행사기간뿐이다. 축제기간 중에 다양한 동성애 영화가 상영됨을 알리는 정도.

커밍아웃(coming―out)이라는 말은 ’come out of closet’에서 유래했다. 동성애자들이 자신의 성향을 더 이상 숨기지 않고 드러내는 것을 벽장(Closet)속에서 나온다는 말로 표현한 것이다.

그런데 벽장 속에서 나와야 하는 것은 그들만이 아니다. 비록 자신은 동성애자가 아니더라도 그들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왜곡된 시선이야말로 하루 빨리 박차고 나와야 하는 어둡고 우매한 벽장일 것이다.

양 웅(광고평론가·금강기획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woong@diamon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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