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광고물이 탄생하기까지 기획 촬영 제작 마케팅 등 여러 단계를 거치지만 소비자의 눈길을 사로잡으려면 ‘치밀한’ 크리에이티브가 필요한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 광고업계 관계자는 “크리에이티브는 광고의 모든 것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면서 “광고주의 요구와 소비자의 기대수준을 모두 충족시키기란 정말 어려운 작업”이라고 말했다.
미국 일본 유럽 등의 외국광고가 케이블방송과 위성방송, 신문잡지 등을 통해 국내 소비자에게 노출되는 세계화가 점차 심화되면서 크리에이티브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는 추세. 예전에는 해외 광고회사가 제작한 광고물을 적당히 변형시켜 만들어도 쉽사리 ‘들통나지’ 않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최근만 해도 중절모를 쓴 한 신사가 사다리 위에서 담쟁이담벽 너머를 내다보는 모광고가 미국 EMC사의 잡지광고를 흉내낸 것으로 나타났고 어떤 제품광고는 누드모델의 화면구도가 해외광고와 너무도 흡사해 표절 논란을 빚기도 했다. 한 광고인은 “어디선가 본 듯한 광고가 가장 위험하다”면서 “모방의 유혹은 제작자가 스스로 양심껏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방의 유혹을 벗어나는 첩경은 크리에이티브를 갖추는 것. 이에따라 광고회사들이 크리에이티브를 높이기 위한 노력을 앞다퉈 펼치고 있다.
먼저 제작팀 명칭을 팀장이름으로 바꾸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과일 등 농산물에 출하자 이름을 인쇄하듯이 제작1팀 대신 ‘홍길동팀’처럼 팀장 이름을 곧 팀명으로 정해 자부심을 갖게한다.
사내 광고제 활성화도 창의성을 높이는 방안. 월별 또는 분기별로 우수작을 뽑아 상금을 주고 인사고과에도 반영한다. 제일기획 관계자는 “동료들이 엄선해 선정한 작품이라 외부 광고제에서 수상한 것 못지 않은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사장이 직접 제안해 시행중인 오리콤의 ‘로빈슨크루소의 날’ 역시 열린 사고를 부채질한다. 전사원이 매월 수요일중 하루를 택해 회사가 아닌 다른 곳에서 하루종일 하고 싶은 일을 하면 된다. 오리콤측은 “매월 한차례씩 사실상의 유급휴가를 주는 이유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라는 뜻”이라고 풀이했다.
이밖에 해마다 수십명씩을 칸느 등 해외광고제에 내보내는가 하면 제작본부 전체가 한적한 교외로 빠져나가 2박3일간 크리에이티브 행사를 갖기도 한다.
<성동기기자>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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