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광고시장도 '국경 파괴'

  • 입력 2001년 4월 9일 18시 37분


광고업계에 ‘해외 바람’이 불고 있다. 제일기획 등 유력 광고대행사들이 국내 광고주들의 해외광고 수주에 적극 나서면서 해외광고 취급액이 크게 늘고 있다. 반면 다국적 광고대행사들은

기존 업체의 지분을 인수하거나 자회사를 설립하는 방식으로 잇달아 한국시장에 진출해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높이고 있다.

9일 한국광고단체연합회에 따르면 제일기획 LG애드 MBC애드컴 상암기획 대홍기획 등 해외광고를 대행하는 5개 광고회사의 지난해 해외광고 취급액은 391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99년(2697억원)보다 45% 증가한 것이다.

제일기획 글로벌지원팀 길태욱 차장은 “대기업들이 세계시장을 겨냥해 광고를 낼 때는 아무래도 의사소통이 편하고 기업사정을 잘아는 한국 대행사를 선호하게 마련”이라며 “제일기획의 경우 총 매출에서 해외광고가 차지하는 비중이 해마다 높아져 25%를 넘는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해외광고를 가장 많이 한 삼성전자는 전세계에 걸쳐 2000억원대의 광고를 내보냈다. 금호타이어 동양제과 롯데상사 한국관광공사 등도 해외 마케팅을 활발히 펼쳤다.

그러나 한국 대행사가 외국업체의 해외광고를 따낸 사례는 단 한건도 없다. 업계 관계자는 “광고 산업의 세계화 차원에서 문화적 배경이 비슷한 동남아 기업들의 광고를 대행하는 작업이라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 대행사들의 해외진출과 함께 외국계 광고회사의 한국시장 공략도 본격화되고 있다.

세계 최대 광고회사인 WPP그룹은 최근 취급액 기준으로 업계 11위인 애드벤처 월드와이드의 지분 100%를 인수했다. 이에 따라 국내 20대 광고대행사 가운데 다국적 기업의 자회사이거나 외국계를 대주주로 둔 업체는 모두 12곳으로 늘어났다.

올 1월엔 태평양 계열의 동방커뮤니케이션즈가 세계 3위의 광고회사인 BBDO에 지분 50.1%를 넘기고 회사 이름을 ‘비비디오 동방’으로 바꿨으며 작년말에는 세계 5위의 광고회사인 FCB가 한인기획의 대주주가 됐다.

광고업계는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2∼3%에 불과했던 다국적 광고대행사의 시장점유율(취급액 기준)이 △98년 7.1% △99년 12.5% △2000년 33%로 고속 성장한데 이어 올해에는 40%대로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박원재기자>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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