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과 상품의 얼굴, 브랜드의 파워가 막강해지고 있다. 제대로 뿌리내린 브랜드는 그 이름만으로도 일정규모의 시장을 장악한다.
하지만 브랜드 인지도가 높다고 마냥 좋아할 일은 아니다. 시장환경이 변할수록, 기업의 사업영역이 확대될수록 브랜드 역시 변해야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 브랜드의 변신에 따라 기업의 생명이 길어질 수도, 짧아질 수도 있다.
▽잘나가는 브랜드가 발목 잡는다〓국내 간장업계의 대명사였던 S식품. 이 회사는 몇 년 전 기존의 유명세를 무기로 인스턴트 커피를 만들었다가 참패했다. 간장의 짠맛 이미지가 커피의 단맛을 덮어버렸기 때문.
청바지의 대표주자 리바이스에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청바지 장사로 재미를 본 이 회사는 고급 신사복 시장에 진출했다 망신만 당했다.
이런 경우를 피하는 방법은 전혀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어 내는 것.
조미료 브랜드 미원은 옛 이미지를 벗어나기 위해 회사명(대상)을 바꾸고 잘나가던 옛 브랜드의 프리미엄을 포기했다. 보다 환경친화적인 이미지가 필요했던 것. 미원은 ‘청정원’ 브랜드를 도입해 식품과 음료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했다.
▽본색을 감춰라〓제품의 고급화전략에도 브랜드 변신은 필수.
일본 도요타 자동차는 89년 고급차 렉서스를 해외시장에 내놓았다. 도요타의 고민은 “일본차는 중소형 위주로 싸다”는 ‘싸구려 이미지’. 고민 끝에 렉서스 광고에서 도요타 사명을 모두 빼기로 했다. 결과는 대성공, 렉서스는 고급차 시장에서 승승장구했다. 일반 소비자가 렉서스의 ‘본색’을 알아챈 것은 훨씬 나중. 이미 렉서스가 베스트셀러카가 된 후였다.
삼성전자도 양문여닫이 냉장고 지펠을 내놓으면서 삼성이라는 회사명을 뺐다. 대형냉장고 시장을 장악한 미국의 GE, 월풀보다 삼성 브랜드가 열세였기 때문. 삼성은 그냥 지펠이란 이름만을 내세워 세련된 이미지를 강조했다. 김치냉장고 시장 점유율 50%를 넘어선 딤채를 만도공조에서 만들었단 사실을 아는 소비자 역시 많지 않다.
이밖에도 본색을 감추는 경우는 다양하다. 위스키 스카치블루는 롯데칠성에서 만들지만 광고에선 롯데칠성을 찾아볼 수 없다. 청량음료와 술의 이미지가 어울리지 않기 때문.
내의 업체 백양은 패션속옷 브랜드로 ‘스콜피오’, 비비안은 ‘임프레션’으로 신세대를 공략중이다.
▽브랜드는 언제나 변하는 것〓그렇다면 코카콜라나 말보로 같은 브랜드는 수십년간 변하지 않고 어떻게 버텼을까. 자세히 살펴보면 이들 장수브랜드도 끊임없이 변하고 있다. 코카콜라는 90년 역사 동안 로고와 병의 모양을 60번 바꿨다. 카우보이 모델만 쓰는 것 같은 말보로 담배도 45번이나 브랜드를 리노베이션했다.
오리콤 브랜드전략연구소 문달주 소장은 “성공하는 브랜드는 동사화(動詞化)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한다. 명사처럼 굳어져버린 브랜드는 소비자들의 기억에서 잊혀질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문권모기자>afric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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