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어른의 동심' 잡는다…'키덜트 마케팅' 봇물

‘키덜트(Kidult)를 잡아라.’

키덜트란 키드(kid·아이)와 어덜트(adult·어른)의 합성어로 20, 30대의 어른이 됐는데도 여전히 어렸을 적의 분위기와 감성을 간직한 성인들을 일컫는다.

스트레스 쌓이는 각박한 생활 속에서 마음 한 구석에 어린이의 심성을 유지하는 어른들이 늘어가면서 이처럼 키덜트를 겨냥한 동화같은 분위기의 광고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이런 ‘키덜트 마케팅’은 특히 아이스크림 비스킷 케이크 등 어린이와 어른을 동시에 타깃으로 삼는 브랜드를 선전하는 데 주로 이용되고 있다.

KFC는 요즘 ‘왕자와 공주’라는 동화적인 소재를 코믹하게 엮은 TV CF를 내보내고 있다.

별들이 반짝이는 밤하늘. 달 위에 앉아있는 공주에게 별의 왕자가 다가가 “너 옆구리 허전하니 않니”라며 별 쿠션을 내민다. 화면이 바뀌며 KFC매장. 혼자서 맛있게 치킨을 먹고 있는 여성에게 왕자가 다가가 “옆구리 허전하지 않니”라며 ‘작전’을 편다. 이때 공주가 나타나 “너, 딱 걸렸어”라며 왕자의 귀를 잡아끈다.

KFC 마케팅팀 민길성 대리는 “경기침체와 미국 테러사태 등으로 가라앉은 소비자들의 마음에 따스한 웃음과 상상력을 전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배스킨라빈스는 아이스크림 케이크를 전략제품으로 키운다는 방침아래 지난해 ‘케이크팔이 소녀’편을 시작으로 올해 ‘신데렐라’편에 이어 ‘스크루지’편 등 구연동화를 패러디한 광고 시리즈를 선보이고 있다.

배스킨라빈스는 아이스크림 케이크 소비자인 아이들 뿐만 아니라 구매자인 부모까지도 공감할 수 있는 콘티를 찾던 중 최근 키덜트층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동화 시리즈를 선택했다.

탤런트 정우성을 내세운 파리바게뜨의 ‘연말연시-빨간코’편도 대표적인 키덜트 마케팅 광고중 하나.

연말 가족파티에서 케이크의 촛불을 아이들과 함께 불려던 정우성이 장난스럽게 혼자서 촛불을 끈 뒤 미안한 듯 고개를 떨군다. 잠시 후 키득키득 웃으며 얼굴을 드는 정우성의 코에는 루돌프 사슴의 빨간코가 달려 있다.

광고를 제작한 TBWA코리아 권오성 대리는 “연말만 되면 각종 송년 모임 때문에 술에 취해 딸기코가 되는 수많은 아빠들이 달라졌으면 하는 생각으로 광고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파리바게뜨는 1년 동안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한 아빠들이 자녀들에게 예기치 못한 웃음을 선사할 수 있도록 정우성의 코에 달려 있는 빨간코를 증정용 선물로 제공하고 있다.

탤런트 이영애가 엽기토끼 인형 앞에서 면접 연습을 하는 KT의 캠페인 광고 ‘걱정마 잘 될거야’편도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각된 ‘취업’이라는 소재에 인형을 등장시킨 키덜트 광고다.

KT는 이 CF를 통해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않고 도전해가는 젊은 취업준비생의 모습을 강조했다.

이밖에 초콜릿과 비스킷 가운데 무엇을 먼저 먹을지 고민하는 중세 왕국의 ‘변덕공주’에게 왕자가 나타나 초콜릿과 비스킷이 합쳐진 ‘빈츠’를 권하는 롯데제과의 빈츠 광고도 어른과 아이의 시선을 동시에 잡으려는 키덜트CF라고 할 수 있다.

<신치영기자>higgl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