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외국계 기업 토착화 광고 눈길

  • 입력 2003년 6월 16일 17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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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남녀가 해안의 방조제 위에 서 있다. 산더미 같은 파도가 밀려오자 두 손을 잡고 파도 속으로 뛰어든다.

이때 강렬한 음성의 CM송이 흐른다.

‘자, 닫힌 가슴을 열고 잠시 생각하지 마, 그냥 느끼는 대로…. 생각을 멈추고 느껴봐.’

한국코카콜라가 최근 내놓은 이 TV광고는 ‘올해부터 한국시장의 모든 마케팅은 본사와 독립적으로 한다’는 방침에 따라 제작된 것. 즉, 광고의 글로벌 컨셉트인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마시는 코카콜라’를 버리고 한국에서만의 컨셉트 ‘생각을 멈추고 느껴봐’에 따라 제작된 것. 이 때문에 북극곰 광고나 월드와이드 광고에서 모델만 한국인으로 바꿨던 것과는 접근방식이 달라졌다.

이를 위해 시장조사도 많이 했다. 몇 개월 동안 주 타깃인 18∼22세 국내 남녀 1000명을 만나 삶을 관찰하고 인터뷰하는 등의 심층조사를 한 것.

광고대행사인 웰콤의 신경윤 대리는 “외국과 비교한 국내 젊은이들의 특성은 사회적 틀 속에 갇혀 자신의 욕구를 억압하고 원하는 바를 표현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가려운 곳을 긁어 준 탓인지 타깃 층의 반응이 좋았다”고 말했다.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인 코드에 맞춘 ‘토착화 광고’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한국 시장이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진 이유도 있지만 소비 주체인 젊은 세대가 ‘붉은 악마’로 대표되는 민족주의적 색채를 드러내기 시작한 것도 주요 원인이다.

그동안 제품 성능을 알리는 데 집중했던 캐논도 디지털카메라가 젊은 층에게 ‘필수품’으로 자리 잡으면서 전략을 바꾸었다. 최근 사진작가 김중만과 촬영감독 정일성 등 한국인 모델을 내세워 친근함을 강조한 것.

올 8월 국내의 방카슈랑스(은행의 보험 상품 판매) 도입을 앞두고 마음이 바빠진 외국계 생명보험사들의 토착화 광고도 두드러진다.

이달 초부터 TV광고를 시작한 메트라이프생명은 세계적인 모델 스누피를 과감히 포기했다. 500명의 국내 소비자를 면접 조사한 결과 △동물(개)과 금융회사의 이미지가 어울리지 않는다 △선진금융이 떠오르지 않는다 △친숙하지 않다 등 부정적으로 응답했기 때문.

결국 아빠와 엄마, 그리고 어린 딸을 등장시켜 한국인이 중시하는 ‘행복한 가족’의 이미지를 강조했다.

4월부터 시작된 푸르덴셜의 TV광고도 이제는 성인이 된 자녀가 20여년 전 부모와 함께 찍은 흑백 사진을 클로즈업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자신을 위해 보험에 가입했던) 부모를 떠올리며 눈물짓는 중년의 모델을 내세워 한국적 정서를 자극하는 것. 마무리는 ‘당신도 사랑하는 사람에게 지금, 러브카드를 띄우세요.’

광고대행사인 덴츠이노벡의 전길영 국장은 “‘토착화 광고’들은 외국기업이 현지인에게 신뢰를 주고 친숙함을 주는 데 유리하다”며 “이 같은 느낌은 소비자의 돈을 관리하는 금융회사에 더욱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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