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구가 떠오른다/선진국 가는길]『자본주의 연습 끝』

  • 입력 1997년 2월 4일 20시 34분


[프라하·부다페스트〓김창희특파원] 『긴 안목에서 볼 때 이 지역의 발전속도는 대단히 빠른 편입니다. 그러나 통제경제의 잔재가 완전히 청산되지 않았기 때문에 개혁작업을 지속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유럽부흥개발은행(EBRD)의 선임연구원 닉 스턴은 지난 90년부터 7년간 계속된 중동구 개혁작업의 현주소를 이렇게 요약한다. 「가능성 있는 미래」이지만 「미진한 개혁」이란다. ▼아직 「미진한 개혁」▼ 실제 중동구 각국을 돌아보면 물가통제가 없어졌고 교역은 자유화됐으며 중소기업이 대거 사유화돼 시장경제 체제가 자리잡아 가는 과정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그러나 본질적인 개혁 즉 금융개편이나 산업구조 조정, 사회간접자본 확충 등은 아직 멀고도 험한 길을 남겨놓고 있다. 사유화가 지연되고 있는 대형 군수공장들의 피폐한 모습도 상징적이다. 난파선 같은 이들의 모습은 창칼을 보습과 낫으로 바꾸는 작업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잘 말해준다. 중동구 경제문제를 지속적으로 분석검토해 온 오스트리아의 국제경제비교연구소(WIIW) 역시 지난연말 연례보고서에서 이 지역의 경제성장이 지난 95년을 정점으로 점차 약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수출의 둔화와 국내수요의 증가가 주요인이라는 것이다. ▼평균 4∼5%성장 전망▼ 이렇게 여러가지 문제를 안고 있음에도 중동구는 장기적으로, 그리고 전체적으로는 유망주로 평가된다. 여기에 중동구 경제의 독특함이 있다. 『오는 99년 유럽연합(EU)의 통화동맹(EMU)발족을 앞두고 주고객인 서구국가들의 수요가 늘지 않아 단기적으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중동구 국가들이 이 시기를 구조 및 품질개선의 계기로 활용하는 것이 과제다』(WIIW 보고서) 대부분의 경제전문가들은 중동구 국가들이 향후 3,4년간 평균 4∼5%의 경제성장을 계속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노동과 자본의 활용이 고도화되고 「휴먼 캐피털」에 대한 투자가 계속되고 있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95년의 평균 5.2%성장에는 미치지 못해도 96년의 4.0%수준은 상회하리라는 얘기다. 올해는 △중동구 국가 평균 4.5% △독립국가연합(CIS)국가 평균 2.8%의 성장으로 체제전환 국가들이 평균 3.7% 성장할 것이라고 EBRD는 전망하고 있다. 동남아 여러나라들이 고도성장기에 거둔 7∼8%에는 뒤지지만 체제전환 비용을 거의 다 치르고 거둔 순(純)성장이란 점에 의미가 있다. ▼정치―경제 점차 조화▼ 정치 측면에서 보자면 대개 두차례씩 총선을 치른 각국의 국내상황이 점차 시장경제에 적응해 가고 있다는 사실도 고무적이다. 불가리아나 세르비아 등의 경우도 민주화과정에 뒤늦게 동참하고 있는 것일 뿐 혼란이나 후퇴로 평가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다음 총선까지 각국이 국가 역할과 사기업 영역의 재정립, 그리고 그 과정에서 복지정책 조정 등의 과제를 무리없이 소화해낼 경우 정치―경제의 조화를 기대해볼만 하다는 것이다. 2000년대 이후의 전망은 아직 시기상조다.특히 2000년대초에 이뤄질 EU가입협상도 변수 중의 하나다 2000년을 전후한 시기가 되면 이들 국가들이 한때 기대를 모았던 「아시아의 호랑이들」처럼 세계수준으로 비약할 수 있을지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1부 끝― 체제개혁 이후 중동구 6개국의 경제사회 변화를 나라별로 진단하는 시리즈 2부(11∼17회)가 1부에 이어 매주 수 금요일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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