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샤바·루블린〓洪權憙 기자] 『어디서든 국민이 싫어하는 기업은 성공하지 못합니다. 후진국에서 임금착취나 하려고 하면 안되지요.기업을 성장시키고 나서 그 회사 주식을 팔아 돈을 벌어야겠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세계경영」 6년만에 세계 곳곳에 공장과 사업장을 두고 해외 13만명을 포함해 23만명의 직원과 함께 뛰는 金宇中(김우중)대우그룹 회장은 이렇게 말한다.
▼그룹창업 30돌 맞아▼
서른 한 살이던 지난 67년 창업한 대우실업을 매출액 70조원 이상의 그룹으로 키워낸 「평생 청년실업가」 김우중. 그는 작년말 환갑을 맞았지만 마음은 여전히 창업초년생이다. 중동구를 비롯해 세계 여러 나라를 돌며 늘 새 사업을 펼치기 때문이다. 「중동구가 떠오른다」 시리즈 취재차 폴란드를 찾았다가 우연히 김회장을 만나 비행기와 승용차로 바르샤바와 루블린의 대우공장을 함께 돌아보며 사업이야기를 들어봤다.
―중부유럽은 투자할만 합니까.
『이곳은 자본과 마케팅능력이 부족하지만 「사람」은 좋습니다. 조금만 이끌어주면 좋은 성과가 나옵니다. 폴란드는 내수시장도 큰데다 소득증가로 자동차수요가 폭발하기 직전단계여서 특히 유망합니다. 지금 추진중인 사업이 20여건 있는데 여기서 4,5년 경영에 전념할 수 있다면 대우보다 큰 회사를 만들 수 있겠다 싶어요. 정치경제가 불안정한 불가리아도 기회의 나라인데 서방기업들은 위험을 꺼리기 때문에 잘 안들어가거든요. 그렇지만 우리는 갑니다』
▼기업인수 큰돈 안들어▼
―현지에서 인수한 기업들이 부실하지는 않습니까. 인수자금은 어떻게 조달합니까.
『노후 설비에다 지나치게 많은 근로자 등 문제가 적지않습니다. 그렇지만 대우의 강점인 마케팅을 도입하면 물건을 더 많이 만들어야 하고 2,3교대 근무를 하거나 추가고용을 해야할 정도지요. 기업인수에는 큰돈이 들지않습니다. 싼값에 시장에 나왔고 어떤 기업은 자체신용으로 자금조달이 가능합니다. 세금혜택도 있고요. 인수후 추가투자자금은 현지에서 만든 물건을 팔아 마련합니다』
―해외에서 자동차에 역점을 두는 특별한 이유라도 있습니까.
『자동차로 경쟁력을 키우려면 2백만대 생산은 해야합니다. 2000년 이후엔 그래야만 살아남습니다. 자동차는 철강 전자 화학 등 관련산업이 경쟁력이 있어야만 비로소 가능한 선진국형 산업입니다. 어느나라든 자동차를 만드는 기업이 그나라의 최대기업에 속합니다. 자동차를 어느정도 키워놓는 게 바로 우리세대의 의무이기 때문이지요』
김회장은 자신 다음 세대의 의무는 「한국을 탄탄한 선진국으로 만드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대우의 다음 투자지역은 어디입니까.
『그동안 중국 베트남 인도 등지에서 대규모투자를 해왔지요. 지금은 중부유럽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이미 진출했지만 우즈베크를 비롯해서 CIS국가에 투자를 더 할 계획입니다』
그는 『우리 경제경험을 잘 살리면 우리보다 조금 늦게 경제성장을 하는 나라에서 사업하는 아이디어가 많이 보인다』고 「투자비결」을 들려준다. 대우계열사의 회장 사장중 상당수에 해외경영을 맡기려는 구상도 있다. 최소한 3년앞은 내다보고 일을 꾸려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본사는 40대 상무급에 경영을 맡기겠다는 것.
▼경상수지적자 큰걱정▼
―우리경제가 어려운데….
『허리가 흔들리기 때문입니다. 우리세대는 희생을 많이 했는데 지금 허리층은 젊은 사람 핑계대면서 그렇게 안해요. 젊은 사람들 만나보면 「누구 못지않게 열심히 할 각오가 돼있다」고 하거든요. 허리층이 문제예요. 올해 우리 경제는 심각한 위기국면입니다. 경기는 생각보다 더 나쁘고 경상수지 적자가 특히 문제지요』
―위기극복 처방은 무엇입니까.
『자신감을 갖는게 시급합니다. 기업여건을 탓하기 전에 자신감을 갖고 세계 초경쟁(超競爭)시대를 헤쳐가야 합니다. 고도기술이 필요한 경우를 빼고는 사양산업이란 게 없는 겁니다. 중소기업도 정부의 보호막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사업할 자신이 없다면 빨리 정리하는 게 좋아요. 티코만 타도 될 것을 회사 돈으로 좋은 차 사고 밖에서 놀면서 회사로 「별일없지」하고 전화하는 중소기업 경영주도 더러 있는데 그래서 뭐가 잘 되겠어요』
김회장은 『대우가 해외에서 사업을 벌이고 현지인을 고용해 경쟁력을 키워주고 월급을 주는 일도 우리 후배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김회장은 지난 4,5일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 참석한 뒤 6일 다시 폴란드를 찾아 현지에서 설을 맞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