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金昶熙 특파원] 폴란드 사회의 현주소를 잘 보여주는 현상중의 하나가 독일―폴란드 국경무역이다.독일에서는 미장원에 가서 머리손질 한번 하는 데 1백20마르크(약6만3천원)가 들지만 강건너 폴란드 땅에만 들어가면 50마르크(약2만7천원)로 충분하다. 휘발유 담배 술 등 모든 생필품이 이런 식이다. 보통 30∼40%, 운이 좋으면 50%이상까지 싼 값에 물건을 구하고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독일인들이 2백∼3백㎞쯤 차를 몰고 폴란드의 국경도시를 찾는 것은 90년이후 당연한 「생활의 지혜」가 되어버렸다.
또 구빈이라는 국경지역 소도시를 찾는 하루 1만명의 독일인 중엔 보따리장사 외에 자동차를 수리하러 온 사람들도 상당수 된다. 이 도시의 정비업체들은 독일에서 자동차 부품을 사올 때 부가세를 환급받으니 부품 원가가 싼데다 임금도 싸니 저렴한 가격에 수리를 해줄 수 있다. 당연히 손님이 들끓을 수밖에 없다.
이런 식으로 두나라를 가르는 오데르―나이세강 4백30㎞를 따라 96년 한햇동안 이뤄진 비공식무역의 총량은 약32억달러(약 2조7천억원) 정도. 덕분에 폴란드는 심각한 무역역조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중앙은행의 외환보유고가 증가하는 기현상을 보였다. 지리적 이점을 누리는 폴란드는 벨로루시 우크라이나 체코와도 많은 국경무역을 한다. 각국과의 거래에서 연간 20억∼60억달러의 흑자를 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국경무역은 물량이나 취급품목에 차이가 있을 뿐 어느 국경에서나 찾아볼 수 있다. 독일 국경지대의 체코 산간마을들도 독일인 고객들을 겨냥한 휴양도시로 탈바꿈해가고 있다. 동화속의 마을처럼 꾸며놓고 스키슬로프 온천 삼림욕장등으로 주로 외국인들을 불러들인다. 슬로베니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불가리아의 작은 도시에는 불가리아 농산물을 사러오는 슬로베니아 상인들로 새벽장이 늘 북적댄다.
한편 유럽연합(EU)의 요청에 따라 독일과 폴란드 정부는 오는 2000년까지 공동의 기업 및 노동시장구조를 개발할 계획을 갖고 있다. 두나라 시장의 단층(斷層)구조를 해소하겠다는 이 계획은 그러나 아직까지는 도상계획 수준에 머물고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