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구가 떠오른다／불가리아］마피아만 『살판』난 나라

[소피아〓김상영특파원] 불가리아 사람들은 S보험사에 자동차보험을 가입하지 않으면 반드시 차를 도난당한다고 믿는다. 실제로 그런 일이 다반사인데다 이 회사가 마피아와 깊은 관련이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회사원 이반 티아체노프(39)는 절대 헛소문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 마피아가 장악한 보험사▼

『차에 S자동차보험 딱지만 붙여놓으면 안심입니다. 그런데 그 딱지를 받으려면 차값의 10%나 되는 보험료를 매년 내고 차량도난보험에 가입해야만 해요. 울며겨자먹기죠. 딱지없이 길에 차를 세워두면 가져가라고 내놓는거나 마찬가지입니다』

소피아 주재 ㈜대우 金正煥(김정환)부장은 이웃의 체험담을 전해준다.

『어떤 사람이 그 보험에 가입했는데도 차를 도난당했습니다. 당장 보험금을 신청했지요.보험회사측은 같은 차종의 새 차를 갖다주면서 「당신이 분실한 차를 찾아왔다」고 하더래요. 어디선가 훔쳐온 차일겁니다』

이 회사는 불가리아 최대 재벌소속으로 정계에도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 작년초 소피아 시장선거에 나섰던 한 출마자는 『국회의원들의 지갑의 70%는 마피아가 채워준다』고 비난했을 정도다.

불가리아에서는 공식적으로는 담배판매를 국가가 관할하고 있다. 미국제 말보로의 경우 10갑에 40달러정도. 그러나 시중에는 10갑에 10달러짜리 말보로가 넘쳐흐른다. 마피아가 밀수품을 마구 뿌려대기 때문.

작년 10월에는 안드레이 루카노프 전총리가 자신의 집 앞에서 총격을 받고 피살됐지만 당국은 아직 단서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거대한 이권이 개입된 흑막이 있을 것이라는 소문만 무성할 뿐이다.

국가의 공권력을 위협할 수준이 되도록 조직범죄가 판을 치게 된 원인은 물론 경제난이다.

공장근무 18년째인 이반 페츠코프(47)의 한달 봉급은 2만7천레바. 현재 환율로 10달러 남짓이다.

『먹는 것 이외에는 생각할 여유가 없어요. 물가와 환율 폭등으로 매일 빵을 사대기에도 바쁩니다. 공장에선 일거리가 없어 하루에 4시간만 일하고 빈둥빈둥 놀고 있지요. 봉급 올려달라고 말할 엄두가 안나요』

지난달 8일부터 이달초까지 28일간 계속된 수십만 인파의 시위는 인내력이 한계에 이른 국민들의 최후 수단이었다. 한때 식량수출국이었던 불가리아가 먹을거리를 걱정하게 된 근본원인은 정치혼란.

▼ 1년마다 정부 바뀐 셈 ▼

90년 체제전환 이후 불가리아에서는 7개의 정부가 부침했다. 1년마다 정부가 바뀐 셈이다. 대부분의 정권이 개혁과 개방에 소극적 자세로 일관, 상황을 악화시켰다.

95년까지 국유기업 사유화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국제통화기금(IMF) 등이 요구하는 경제개혁도 지지부진했다.

이에따라 작년 8월부터 IMF와 세계은행(IBRD)이 자금공여를 중단하면서 외환부족→환율급등→물가폭등이 급격히 진행됐다.

작년초 사유화 대상으로 발표한 64개 업체중 18개는 파산했고 14개는 파산상태이며 12개만이 제대로 매각됐다. 뒤늦게 개혁의 고삐를 당겼지만 이미 회생불능 상태에 빠진 탓이다. 오는 4월로 예정된 조기총선에서는 사회당이 몰락하고 민주연합(UFD)이 집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UFD는 급속한 경제개혁을 약속하고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