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in IT] 결코 쉽지 않은 인터넷전문은행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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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4월 25일 15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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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활한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성을 가로막는다는 지적을 받았던 ‘은산분리’ 규제가 어느 정도 완화됐다. 올해부터 인터넷은행법이 시행되면서, ICT에 주력하고 있는 산업자본이 인터넷은행 지분을 34%까지 보유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기존 은행법은 산업자본이 은행 지분을 최대 10%까지만 보유할 수 있었기에, 은행법을 따르는 인터넷전문은행이 자본 확충에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인터넷은행법을 통해 규제는 완화되었다지만, 케이뱅크나 토스뱅크 등 현장은 여전히 불확실성이 지속된다는 지적이다.

케이뱅크, 대주주 적격성 심사 중단

자본확충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케이뱅크는 인터넷은행법 완화로 산업자본인 KT가 케이뱅크 유상증자에 참여, 케이뱅크 대주주로서 지분 34%를 보유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하지만, 그 전에 해결해야 할 문제가 하나 있다. KT는 유상증자 참여에 앞서 대주주로서 적격하다는 심사를 통과해야만 한다.

< 케이뱅크 주주 구성, 출처: 케이뱅크 >
< 케이뱅크 주주 구성, 출처: 케이뱅크 >

인터넷은행법 완화로 금융위원회는 KT가 신청한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에 대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진행하려고 했으나, KT가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는 상황에서 심사 진행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현재 KT는 정부 입찰에서 다른 통신사들과 담합한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받고 있다. 또한, 황창규 KT 회장은 로비 혐의로 검찰 수사도 받는 실정이다.

만약 담합 사실이 인정된다면, KT가 케이뱅크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할 가능성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카카오뱅크도 지난 4월 3일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신청했다. 하지만, 카카오 김범수 의장은 계열사 현황을 당국에 제대로 신고하지 않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정식 재판을 받고 있다. 또한, 2016년 카카오는 음원 가격을 담합한 혐의로 1억 원 벌금형을 받은 바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카카오뱅크는 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 제공: 핀다 >
< 제공: 핀다 >

토스는 금융자본일까

제3인터넷전문은행에 도전한 비바리퍼블리카(토스) 주도의 컨소시엄인 토스뱅크는 혁신성은 인정받을 수 있을지 몰라도 금융자본 부문은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다.

비바리퍼블리카가 토스뱅크의 인터넷전문은행 인가 신청서를 제출할 때, 자사를 금융자본으로 보고 토스뱅크 지분 60.8%를 보유하는 구성으로 제시했다. 비바리퍼블리카가 금융자본이라면, 제시한 지분 구성은 문제없다. 하지만, 만약 금융자본이 아닌 산업자본으로 분류된다면 60.8%가 아닌 34% 지분만 보유할 수 있다. 주주 구성에 차질을 빚게 되는 셈이다.

비바리퍼블리카는 금융과 IT를 결합한 핀테크 기업이다. 이를 금융당국이 금융자본으로 볼지 산업자본으로 볼지는 아직 미지수다. 비바리퍼블리카 측은 자사 매출 중 금융분야 매출이 점차 증가하고 있어,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로 판단되는 일은 없을 것으로 확신한다. 하지만, 금융자본은 매출로만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국내 금융산업 법 체계를 통해 명시된 금융자본의 의미와 실질적인 영향력을 고려해야 한다.

< 제공: 핀다 >
< 제공: 핀다 >

은행의 대주주 자격, 까다로운 이유는

금융산업의 혁신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한 인터넷전문은행이지만, 여전히 여러 규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돈’과 ‘자금’을 다루는 은행과 같은 금융기관은 다른 기업에 비해 도덕성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해외는 금융자본에 대한 사기나 위법행위에 대해서 무거운 형량을 내린다. 하지만, 아직 국내는 해외만큼 무거운 형량을 집행하지 않는다. 또한, 문어발식 사업을 영위하던 일부 기업들이 금융기관을 자사의 사업적 ‘금고’로 여겼던 과거를 답습하지 않기 위해 금융자본에 대한 더욱 엄격한 규제를 씌운다.

하지만, 혁신을 통한 발전이 필요한 시기가 왔다. 새로운 혁신과 서비스가 그동안 경직되어 있던 금융산업을 변화시킬 수 있다. 사전적 규제로 인해 혁신을 가로막기보다 사후 처벌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위법적인 행위나 사회에 해를 끼치는 사업적 행위를 막을 수 있도록 바뀌어야 할 시기는 아닐까.

이유미 / 핀다 외부 필진
대학교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했으며, 이데일리에 입사해 기업금융, IT, 국제부, 증권부 등을 담당했다. 2016년 카이스트 MBA 졸업하고, 2017년 여름부터 스타트업에서 콘텐츠 기획 및 편집 등을 담당 중이다.

정은애 / 핀다 마케팅 매니저
핀다 퍼포먼스 및 콘텐츠 마케팅 담당. 서울시립대학교 통계학과 학사.

글 / 핀다 이유미 외부필자, 핀다 정은애 마케팅 매니저
편집 / 동아닷컴 IT전문 권명관 기자 tornados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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