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요즘을 개성의 시대라고 한다. 몇 년 전만해도 남의 눈에 띄는 옷을 입으면 너무 튄다고 걱정했다. 그러나 이제는 달라졌다.
오히려 남이 자신과 같은 옷을 입고 있으면 기분이 나쁘다고까지 한다. 그래서 남다른 옷, 심지어 일부러 옷을 찢어서 입고 다니기도 한다.
개성에 대한 강조는 옷과 같은 상품뿐 아니라 사회제도에도 나타나고 있다. 결혼식과 같은 의례까지도 개성을 강조하여 남다른 체험의 장으로 생각한다. 예를 들면 스킨스쿠버 장비를 갖추고 물 속에서 결혼식을 올리는가 하면, 비행기를 통째로 전세내어 1만m 상공에서 결혼식을 진행하기도 한다. 이것을 단지 신세대의 취향으로만 인식해서는 안된다. 오히려 역사적 흐름이라고 이해해야 한다.
▼「개성 경영」 필요▼
후기 산업사회를 뒷받침하는 사조로 포스트모더니즘을 들 수 있다. 효율과 질서를 추구하는 모더니즘의 논리와는 달리 포스트모더니즘은 통일과 획일을 거부하고 개성과 자율을 강조한다.
바로 이런 차이를 경영에도 적용할 수 있다. 이제 개성경영이 필요한 때이다. 개성시대를 살아가는 고객들은 차별화된 서비스와 상품을 원한다. 최근의 경영혁신도 이러한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예를 들면 고객만족 경영은 고객의 개성을 만족시키기 위한 개성경영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미래는 물론이고 당장 살아 남기 위해서도 개성경영은 시급히 요구되는 것이다.
소비자들의 개성이 어떻게 발전해왔는가를 「10인1색→10인10색→1인10색의 과정」으로 설명할 수 있다.
과거는 「남들 만큼」의 풍요를 추구하던 시절이었다. 10인1색의 시대였다. 옛날에는 자동차 한대 산다고 하면 주위 사람들이 부러워했다. 무슨 차인지, 무슨 색인지 묻지도 않았다.
소비자들의 욕구는 단순하고 상품 본래의 기능만 있으면 만족했다. 그러다가 사람마다 취향이 생기기 시작했다.
소득수준이 향상되고 물자가 풍족해지면서 사람들은 「남들 만큼」에는 만족하지 않게 되었다. 개성화 차별화를 추구하는 10인10색의 시대가 된 것이다.
이 물건은 이래야 한다는 식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자기가 원하는 상품의 개념을 갖게 된 것이다. 빨간색 차라든지, 중형차라든지 자신의 필요에 따라 자동차를 골라서 사는 세상이 되었다.
▼고객의 개념 변화▼
그런데 요즘은 어떤가. 같은 종류의 자동차를 사는 사람들 가운데에도 취향이 천차만별이다. ABS브레이크가 있어야 하고 에어백이 있어야 하고 선루프도 있어야 하고 타이어는 이런 걸로, 휠캡은 이것으로 등등 자동차 한대에만 해도 수많은 취향이 있다.
이렇게 까다로워진 고객들의 다양한 욕구를 맞추기 위해 선진기업들은 피 나는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제는 더 나아가 한 사람의 고객이 마치 카멜레온처럼 시간과 장소에 따라 소비스타일을 바꾸는 시대가 됐다.
1인10색의 시대가 된 것이다. 이제 단순히 재화를 써서 없애주는 존재로서의 소비자(Consumer)라는 개념은 사라지고 개개인의 취향까지도 맞춰 주어야만 하는 대상으로서의 고객(Customer) 개념이 자리잡게 됐다.
이건희(삼성그룹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