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에티켓이란 용어를 자주 접하게 되는데 입간판(立看板)을 뜻하는 프랑스 단어에서 그 어원을 찾을 수 있다.
처음에는 궁전에서 「화원(花園)을 다치지 않도록」이라고 적혀 있던 입간판의 문구가 점차 변형되어 오늘날에는 「상대방의 마음을 다치지 않도록」이라는 의미로 통하게 됐다.
▼ 우리것만 고집 곤란 ▼
기업활동이 국제화되면서 우리 기업들도 사원들의 에티켓 교육에 많은 노력을 쏟고 있다. 에티켓 전문강사를 초빙하여 식사예절이나 비즈니스 에티켓을 가르치기도 하고, 사원들을 직접 외국에 내보내 현지의 문화를 체험하도록 하는 경우도 있다. 국제화를 제대로 소화하려면 현지인과 골프도 해야 하고, 술도 마셔야 하고, 식사초대를 하거나 또는 초대에 응하기도 해야 한다. 사소한 에티켓을 소홀히 해서 중요한 상담을 망쳤다면 국제화된 기업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러나 에티켓을 잘 알고 지키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모든 국가가 각기 그들만의 독특한 문화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예의범절도 훌륭한 에티켓이지만 국제사회에서 독불장군처럼 우리 것만 고집해서는 안될 것이다.
우리들 각자가 국제인으로서의 교양과 품위를 유지하려면 우리 문화에 대한 자긍심과 함께 다른 문화에 대해서도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한다.
다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고 에티켓이 몸에 밸 수 있도록 연습과 훈련도 해야 한다.
기업경영에도 국제사회에서 지켜야 할 에티켓이 있다. 과거 우리 기업들은 눈 앞의 이익 때문에 기업간의 약속을 저버린 적이 많았다.
일류기업의 브랜드를 허락없이 도용해 모조품을 만들거나 소프트웨어를 무단복제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러한 행동은 개인으로 말하자면 「한번 보고 말 사람」이라는 식으로 행동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와 같은 행동은 한두번 눈가림으로 이득을 볼 수는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신용을 잃게 되는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결국 그 기업은 국제사회에서 발붙이기가 힘들게 될 것이다.
내가 골프를 삼성의 3대 스포츠중 한 종목으로서 권장하고 있는 이유도 사실은 골프가 심판이 없는 유일한 스포츠로서 자율과 에티켓을 가장 중시하는 운동이기 때문이다.
▼ 편법구사는 이류경영 ▼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국의 PGA 골프대회에서 있었던 일화는 에티켓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 준다. 어느 중견골퍼가 뛰어난 성적으로 라운딩을 마치는 순간 골프장은 우승자에게 보내는 갤러리들의 환호로 가득했다. 그러나 기록실로 다가간 그 골퍼는 아무도 몰랐던 자신의 부정행위를 스스로 신고했다. 당연히 그의 우승은 무효가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상금과 우승의 영광을 마다하고 골프장을 떠나는 그에게 보내는 갤러리의 박수는 우승자의 것보다 훨씬 컸다.
비겁한 우승보다는 양심과 룰에 따라 떳떳한 패배를 선택함으로써 자신의 자존심과 명예를 지켰던 것이다. 이제 개인과 기업을 막론하고 남을 속이고 편법을 구사하는 이류행동, 이류경영으로는 승리를 기대할 수 없다.
신용과 신의라는 에티켓만이 진정한 승리를 가져다 줄 것이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