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수명 30년설」은 미국과 일본에서는 상식으로 통한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30년 전의 1백대 기업중 아직까지 살아남은 기업은 16개에 불과하며, 10대 기업 중에서는 하나도 남은 것이 없다. 그만큼 기업의 생명력이 약하다는 증거다.
▼ 변신통해 새생명 얻어 ▼
기업은 살아있는 유기체로 볼 수 있다. 그대로 놔두면 마치 생물체처럼 노화하고 소멸한다. 창업기에 활발하게 성장하던 기업들이 곧 성숙기를 맞고, 그 시점에서 변신하지 못하면 몰락한다. 수많은 기업들이 이런 영고성쇠(榮枯盛衰)의 길을 걸었다.
어떤 산업도 번영의 정점에 도달하면 쇠퇴의 길로 접어드는 운명을 피할 수 없다. 기업 역시 이 흐름에 떼밀려 흘러가면 언젠가는 망하게 된다. 스스로 수명을 연장시키기 위한 각고의 변신 노력이 있어야 한다.
「발전―성숙―변신―재발전」이라는 기업수명 사이클의 선(善)순환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기업은 변신을 통해 얼마든지 새 생명을 얻고, 장수기업을 넘어 영속기업으로 갈 수 있다. 뒤퐁, 엑슨, GE처럼 1백년을 넘은 기업들이 세계일류의 자리를 고수하고 있는 것도 시대정신을 앞서가는 변신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경제는 조만간 고도성장기에서 안정성장기로 접어든다. 이 때는 경영환경에 지각변동이 일어나면서 변화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많은 기업들이 도산할 것이라는 우울한 시나리오가 설득력있게 들린다.
내가 보기에 장수기업으로 가는 조건은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다음 세가지를 갖추면 최소한 「기업수명 30년설」은 깨뜨릴 수 있다고 본다.
첫째, 차원 높은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 진정한 위기의식은 비록 사업이 잘되고 업계 선두의 위치에 있을 때라도 항시 앞날을 걱정하는 것이다. 경영 어려움에 빠져 부도를 걱정하는 것은 공포의식에 지나지 않는다. 위기의식을 가지려면 세상 돌아가는 흐름을 파악하고 그 속에서 우리 기업이어느위치에있는지, 어떤 능력을 갖고 있는지를 냉정하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는 변화에 대응하는 힘을 기르는 것이다. 우선 조직과 사업에 있어서 필요없는 군더더기를 없애야 한다. 아무리 효율적인 조직이라도 시간이 지나면 몸이 불면서 관료주의화 된다. 이런 불필요한 군살을 줄이고 그 힘을 미래변신 쪽으로 돌려야 한다.
▼ 미래지향적 사업경영 ▼
다음 단계로는 장기적 미래지향적으로 사업을 경영해야 한다. 단기적인 안목으로 사업을 하다보면 변화하는 환경에 시달려 결국은 탈진하고 만다. 시류에 편승하여 소탐대실의 우를 범하기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업(業)의 본질을 구체적으로 구현해 나가는 경영을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자율과 창의가 발휘되는 기업문화가 필요하다. 기업은 성장할수록 중앙집권적이 되기 쉬운 속성을 갖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결코 창조적 변화가 생겨날 수 없으며 정보사회 지력사회로 대변되는 21세기 환경에 적응할 수 없다.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속출하고 생정보의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한 조직만이 미래를 얻을 수 있다.
이건희(삼성그룹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