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부도가 난 기업들이 부도전 시달렸던 루머들을 하나하나 분석해본 결과 근거가 전혀 없는 것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대개 차입금 의존도가 높고 현금 창출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이 루머를 만들어내고 확산시킨 원인이었습니다』
추석연휴기간 중에도 기아그룹의 정상화가능성 평가작업을 지휘하느라 여념이 없었던 오광희(吳侊禧·40)한국신용정보㈜ 이사는 17일 『과거에는 기업들이 능력이상으로 돈을 빌려 사업하는 게 전혀 문제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금융체제가 정책금융에서 자율금융으로 바뀌는 과도기여서 부도사태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즉 과거처럼 정책적인 판단만으로 무한정 자금지원을 해주는 것도 아닌데다 금융기관의 자율성이 높아지면서 재무구조가 나쁜 기업은 자금조달하기가 극히 어려워져 부도가 잇따르고 있다는 설명이다.
오이사는 『차라리 자율금융체제가 완전히 정착되면 일반 금융시장과 별도로 미국의 정크본드처럼 위험도가 높은 기업에 대한 금융시장이 활성화돼 신용도가 나쁜 기업은 나쁜 대로 자금조달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면서 『자율금융체제가 자리잡기 전까지는 부도 대기업이 더 나올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기아그룹에 앞서 진로와 대농그룹의 정상화 평가작업도 총괄, 부도유예대상 기업에 관한 한 국내 최고의 전문가인 그는 『기업들이 지금처럼 과도기적인 금융환경을 헤쳐나가기 위해선 성장성이나 수익성 대신 재무구조 안정성을 위주로 사업을 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천광암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