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 영등포지점 기재현(奇在鉉·여)씨의 손에서 거래되는 품목들은 이름만으로도 거친 인상을 주는 건설 중장비.
기씨는 국내 한명밖에 없는 여성 중장비 영업사원이다. 90년 입사, 영업지원분야에서 일하다 올 3월 영업사원으로 명함을 바꾼지 한달 남짓 사이에 굴착기 등 5대를 팔아 3억원의 계약실적을 올렸다.
“공사현장에서 명함을 내밀면 으레 생명보험 설계사로 알아요. 그러다가 중장비를 팔러 온 것을 알면 다들 크게 놀라지요.”
담담한 표정이지만 중장비 세일즈는 남자들도 벅찬 분야. 거칠고 남성적인 건설현장의 분위기를 감안하면 기씨도 억센 여자로 생각할 지 모르지만 “알고보면 부드러운 여자”라고 말한다. 기씨는 명함을 건네줄 때 노란 형광펜으로 자기 이름과 연락처에 색칠을 해준다. 젊은 사장이나 기사들에겐 ‘신세대 가요테이프’를 예쁘게 포장해 넌지시 선물하기도 한다.
“회사 주인이 누구든 실력이 중요한 것 아니에요? 외국인에게 한국 프로비즈니스 우먼의 면모를 보여주고 싶어요.”
〈정재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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