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실패 200명 보고서]<下>변해야 산다

  • 입력 2003년 5월 11일 18시 00분



2년전 서울에서 안동찜닭 전문점을 열었던 이모씨는 때마침 불기 시작한 안동찜닭 열풍 덕분에 하루 100만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며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손칼국수 전문점을 운영하던 이씨는 운영하기 쉽다는 이유로 찜닭 전문점으로 업종을 바꿨다.

하지만 얼마 안돼 신문에 안동찜닭 체인점 모집광고가 대대적으로 실리기 시작하더니 근처에 경쟁점포가 3개나 생겼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매출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작년 하반기부터는 매출이 하루 40만원 수준으로 줄었다.

설상가상으로 경기침체까지 겹치면서 권리금이 급락했고 매출부진을 견디다 못한 이씨는 권리금과 인테리어비용 6000만원을 손해보고 점포를 처분했다.

한국창업전략연구소(www.changupok.com)가 최근 3, 4년 사이 실패한 사업자 2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상당수의 사업자들이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사업에 실패한 것으로 분석됐다.

사업 초보자들은 창업이라는 고비를 넘기는 것만도 큰 일이다. 하지만 창업의 문턱을 넘어선다고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진짜 전쟁은 창업 후에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사업환경과 고객의 기호가 끊임없이 변화하기 때문에 변화를 무시하고 작은 성과에 안주하면 성공은 지속하기 어렵다는 것.

▽혁신없이 성공도 없다=부산에서 가격파괴 고기 전문점을 창업했던 양모씨는 창업 초기 다소 고전했지만 손님들 사이에 입소문이 돌면서 몇 개월 후 하루 매출이 130만원 이상 오를 정도로 자리를 잡았다. 어느 정도 여유를 찾았다고 생각하는 순간 광우병 파동이 왔다.

새로운 메뉴 개발도 생각했지만 ‘곧 괜찮아지겠지’ 하며 차일피일 미뤘다. 그러는 사이 매출은 하루가 다르게 떨어졌다. 뒤늦게 인력을 줄이는 등 긴축 영업에 나섰지만 떨어진 매출은 다시 회복되지 않았다. 창업 당시 대출을 많이 받았던 양씨는 대출금 이자도 갚기 어려운 상황에 처하자 3000만원 이상 권리금 손해를 보고 점포를 정리했다.

정모씨는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1500가구 규모)에서 독점으로 제과점을 운영했다. 사업 초기에는 서비스 정신을 발휘해 고객들을 맞이하는 데 정성을 기울였고 제품의 질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

하지만 창업한 지 2년이 지나 어느 정도 고정적으로 매출을 올리게 되자 고객 관리나 점포 운영을 소홀히 했다. 저녁시간 빵을 할인해서 팔거나 덤으로 주는 서비스도 드물어졌고 포인트를 적립하면 할인혜택을 주는 마일리지 카드도 없앴다. 차츰 빵 종류도 줄어들고 새로운 제품을 선보이는 일도 없었다.

주민들 사이에는 ‘정씨 제과점이 성의가 없어졌다’는 소문이 퍼졌고 손님은 계속 줄었다. 그러던 중 상가 내에 다른 제과점이 개업했고 정씨 제과점의 매출은 90%나 감소했다. 결국 정씨는 가게를 정리할 수밖에 없었다.

▽변화에 적응하라=사람이 살아가는 환경이 달라지듯 사업환경은 끊임없이 변한다. 소비자들의 기호가 다양해지고 점포간 경쟁이 치열해지기 때문.

수명이 2, 3년 이내인 업종이 속출하고 있으며 어떤 업종은 1, 2년만에 유행이 지나 고객들에게 외면당하기도 한다.

칼국수 감자탕 호프전문점 등 상대적으로 안정된 수요를 가지고 있는 업종도 대형 경쟁점포들이 늘면서 고전하는 경우도 많다.

이처럼 빠른 사업환경 변화와 치열한 경쟁 속에서는 끊임없이 연구하고 개발하는 사업자만이 살아남는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경쟁력은 끊임없는 혁신의 산물이라는 것.

창업자를 위협하는 요인들
1순위경쟁점포 증가
2순위경영자 마인드 변화
3순위소비자 기호 변화
4순위상품 유행 변화
5순위상권의 변화
6순위관련산업의 변화
7순위사회 문화환경 변화

▽환경변화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주기적으로 업계의 동향을 파악하고 새로운 트렌드에 맞춰 점포 운영방식을 바꿔야 한다.

점포가 오래되면 경쟁점포와의 경쟁에서 뒤질 수밖에 없으므로 3∼5년 주기로 시설을 바꿔주는 것이 좋다. 고객이 좋아하는 상품도 계속 바뀌므로 제품별 매출을 분석해 상품을 주기적으로 바꿔야 한다.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이경희 소장은 “소규모 사업에서 매출은 시장환경 변화나 고객 취향을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라며 “1일, 1주일, 1개월, 분기별 등으로 끊임없이 매출 변화를 체크해서 새로운 환경과 트렌드를 읽고 고객의 수요를 점포 운영에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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